검찰 “거짓말한 곽노현 측근들 … 후보자매수죄 공범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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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선거 뒷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검찰에 소환됐다. 곽 교육감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함께 지지·반대단체 회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몸싸움을 벌여 혼잡을 이뤘다. 가운데 카메라 조명 빛 앞에 곽 교육감의 옆모습이 보인다. [강정현 기자]


검찰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 측근들을 대거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거짓으로 보고 있는 대표적인 진술은 “애초부터 돈을 주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 측에 돈을 전달했던 강경선(57) 방송통신대 교수는 “곽 교육감은 선거비 보전 차원에서 돈을 준 것일 뿐 단일화 대가의 금품 거래에 합의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 이보훈(57)씨가 2일 “박 교수 측 선거대책본부장 양재원(52)씨와의 사이에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이 주장은 이미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면합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곽 교육감 측 진술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대리인 김성오씨 등 일부 인사가 양씨와 이씨 사이의 이면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숨겼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양씨와 이씨가 사적인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일 공개된 박 교수 측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이미 박 교수 측 인사와 이면합의 내용에 관해 논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날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지난 8월 즈음 이씨와 양씨가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당초 주장을 번복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면합의는 있었지만 곽 교육감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의 진실성도 의심받고 있다. 이씨는 4일 검찰에서 “곽 교육감은 지난해 10월에야 이면합의 사실을 알게 됐고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교수 진술과 녹취록 등을 근거로 곽 교육감이 지난해 5월 이미 이면합의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2억원은 대가성 없는 선의의 자금”이라는 곽 교육감 측의 핵심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곽 교육감이 건넨 2억원은 대가성이 없었다”며 “후보 단일화 이후 기본적인 선거비용을 감안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박 교수 측에서 후보 사퇴 대가로 돈을 요구하고, 곽 교육감 측에서 돈을 준 사실이 명백한 만큼 이 주장 역시 믿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검찰은 조직적인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강경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 단계에서의 허위 진술을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없다는 게 검찰의 고민이다. 법무부는 지난 7월 사법방해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들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 혐의의 공범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혐의는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를 매수했을 경우 적용하는 것으로 유죄가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형과 500만~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게 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이른바 진보진영에 속한 사람들의 부도덕성이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박진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사법방해죄=지난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계류 중인 형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신설된 죄목.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죄와 관련된 핵심 사실에 관해 허위로 진술했을 때 사법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참고인 진술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검찰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경우 법정에서 이를 뒤집고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는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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