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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천경자가 코끼리 등에 웅크린 사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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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천경자씨가 자신의 자서전에 그린 삽화.

거대한 코끼리 위에 나신(裸身)으로 웅크리고 있는 소녀 그림. 화가 천경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부모의 반대, 모든 역경을 딛고 일본 유학길에 오르기 전 내 인생의 첫 출발…. 어쩌면 나의 상징적인 자화상이라고나 할까.”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한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년1월~78년10월)의 한 대목이다. 천씨는 여성화가로서 이력을 회고하는 글 사이사이 특유의 센티멘털한 화풍으로 삽화를 그려 넣었다. 천씨 인물화의 주조를 이루는 꽃과 여인 이미지도 여럿 등장한다. 직접 쓴 글과 그림을 엮어 자서전을 하나의 시화 작품으로 빚어낸 셈이다.

 자신의 글에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한자리에 모인다. 16일부터 10월30일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리는 ‘자작삽화 특별전’이다. 천경자의 자서전 원고와 삽화 50여 점이 처음 공개된다. 소설가 손소희(1917~87)가 1950년부터 20년간 문단 풍경을 소개한 ‘한국문단인간사’의 원화 및 육필 원고 50여점 도 포함됐다. 69년 파리에서 열린 이성자의 ‘시조와 서화전’ 자료 10점, 화첩기행으로 유명한 김병종의 ‘라틴 화첩기행’ 자료 3점도 나온다. 이 가운데 이성자는 개발도상국 시절, 낯선 이방의 나라 한국을 프랑스에 알리고 싶은 일념에서 황진이의 시조를 직접 필사하고 그림을 넣어 전시회를 열었다.

 강인숙 관장은 “우리 전통에는 시·서·화가 일체된 종합예술세계가 있었는데 인쇄시대에 들어와 이것이 무너졌다. 이를 대체한 게 삽화인데, 이번 전시회는 특히 본인이 직접 그린 삽화를 중심으로 글과 그림이 상호 침투하는 관계를 탐색했다”고 말했다. 02-379-3182.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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