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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권익 보호에 앞장서는 청소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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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근로권익 지키려 거리로 나서

“2011년 근로자 최저임금은 4320원 입니다! 청소년 근로 권리를 위한 근로계약서를 꼭 작성하세요!” 지난달 31일, 명동 한복판에서 중학생 4명이 행인들을 향해 소리치며 무언가를 나눠줬다. 사람들이 손에 받아쥔 것은 ‘청소년과 고용주가 함께 알고 지켜야 할 청소년알바 10계명’을 담은 홍보전단이었다. 홍보물에는 근로자 최저임금, 일일 근로 가능시간과 같은 근로기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날 거리홍보에 나선 학생들은 고용노동부가 청소년 근로권익보호를 위해 운영하는 ‘1318알자알자 청소년 리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6월부터 활동해 온 이들은 청소년의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한 시민은 “최저임금이 이렇게 높았냐”며 놀라워했다. 홍보에 나선 윤지민(서울 대원국제중 1)양은 “청소년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포함한 근로자 권리에 대해 모른다”며 “근로자들 중에서도 약자인 청소년들의 근로권리 침해에 대해 어른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한 조혜수(민족사관고 2)양은 “청소년은 성인과 대등한 입장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세대뿐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바꾸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청소년들의 동참을 부탁했다.

현직 의원들과 연계해 입법 청원하기도

자신들의 권익과 관련한 정책을 만들고 입법청원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2009년 12월,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은 현행 19세인 청소년의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청원입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선거권 연령조정 법안은 2009년 청소년의회 정기국회에서 의결된 사안이다. 2003년 조직된 대한민국 청소년의회(www.youthassembly.or.kr)는 13~24세 청소년들로 구성됐다. 실제 활동은 주로 고등학생들이 한다. 청소년의회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의원을 선출하고 매년 8월에 국회의사당 내 국회의원 회관에서 정기국회를 연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별도로 임시국회도 연다. 의제는 0교시 폐지, 야간자율학습 선택권 부여와 같은 교육문제부터 청소년 선거권 연령조정까지 광범위하다. 청소년 의회에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 대표를 포함해 총 9명의 현직의원이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이 제안한 법안을 검토하고 입법청원을 도와주고 있다. 선거권 연령조정 법안은 현직 의원들의 도움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회부됐으며 지난해 5월 의결돼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지난해 의회 의장을 맡았던 한솔(대전 서일고 2)군은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인권과 권익보호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군은 “입법청원을 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청소년 권익수호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김화숙 조사관은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며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유통이 쉬워지면서 온변화”라고 진단했다. 온라인 토론방을 통해 각종 사회현안에 대해 청소년들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도 변화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 조사관은 “최근 신고사례를 보면 두발규정 같은 학교현장의 문제뿐 아니라 근로권익이나 문화공간 확충과 같은 사회문제 개선에 대한 요구도 많다”며 “청소년 권익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외계층 권익 지킴이로 나서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청소년들의 권익수호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지환(남춘천중 3)군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비영리단체 일원으로 인권지킴이 활동을 해왔다. 서군의 주요 관심사는 소외계층의 인권이다. 강원아동청소년권리센터에서 청소년 인권조사 활동을 하고 있는 서군은 지역 내 장애인 편의시설 구축 실태 조사를 위해 해당기관에 드나들었다.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의 인권 개선이 비장애 청소년들보다 더 시급하다는 생각에서다. 서군의 조사 결과는 센터에 보고돼 자치단체에 시정을 요구하는 근거로 쓰인다. 서군은 2009년부터 아동과 청소년들의 권익개선을 위해 열리는 대한민국 아동총회에 강원도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아동총회는 서군처럼 각 지역에서 청소년 권리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학생들이 청소년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다. 매년 개최되는이 행사는 500여 명 정도가 참여하는 대규모다. 여기서 채택된 결의안은 해당부처로 전달 돼 정책 참고자료로 쓰인다. 2009년 전국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중 학교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요구는 보건복지부로 전달돼 실제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청소년들이 권익을 스스로 지키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청소년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려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시급하다”며 기성세대의 관심을 당부했다.

[사진설명] ‘1318알자알자 청소년 리더’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에서 청소년 근로권익홍보를 하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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