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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고졸 차별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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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2일 경기도 수원 윌테크놀러지에서 제4차 공정사회 추진회의를 한 뒤 한 여직원의 사인 요청에 티셔츠에 사인을 해 주고 있다. [안성식 기자]

일반계고와 특성화고 등 모든 고교의 졸업자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하면 만 24세까지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대학생에게만 적용하던 군 입대 연기 혜택이 고졸 취업자에게 확대되는 것이다. 고졸자에 대한 공무원 채용도 의무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고용노동부·병무청 등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4차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 이 같은 고졸 취업 장려정책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의무적으로 고졸이나 특성화고교를 나온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안에 따르면 고졸자가 군 입대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입대 시기가 연기되며, 입영일자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제도도 고졸자를 포함한 모든 입영 대상자에게 적용된다. 현재 입영일자 본인 선택제는 대학생에게만 해당된다. 고교에서 정비를 전공했으면 군에서 기계 수리병으로 복무토록 하는 등 학교와 직장, 군대 간 업무 연계도 강화된다.

 또한 정부는 고졸 취업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신규 고용 창출 인원에 비례해 세금을 공제해주는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를 취업자 한 명당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제조업 생산직 등 인력 부족 업종의 취업 지원금은 한 명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정부 등 공공기관의 고졸자 채용도 확대된다. 청와대는 우선 올해 건축·통신·기계 분야에 고졸 출신을 한 명씩 채용키로 했다. 내년엔 전산과 농림 분야 등에서 3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고졸자가 입사 후 4년이 지나면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보수 규정도 정비키로 했다. 이력서에서 학력란이 사라지고, 채용시험은 직무수행과 관련이 적은 외국어·법률 등을 빼고 실시하도록 바뀐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공무원 사회의) 어떤 곳을 보면 법과대 졸업생이 80%인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고졸 출신이 세상을 사는 데 불편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가 이청용 선수 팬인데 이 선수가 중졸”이라며 “세계적으로 연봉 1000만 달러, 500만 달러 이상 받는 유명 선수들 학력 평균이 중졸쯤 된다. 공을 잘 차야 되는 것이지 프로축구 선수가 서울대 졸업, 이런 게 필요하나”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기술 분야 사이버대학을 2013년부터 운영하고, 독학사 제도를 확대해 고졸 취업자의 학업 기회도 넓히기로 했다.

글=고정애·이상화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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