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간, OECD 최장·ILO 7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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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중 7번째로 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에서는 가장 긴 것으로나타났다.

25일 민주노총이 99년도 ILO 노동통계 연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주당 50시간(99년 기준)으로 비교대상 75개국중 요르단(58.3시간) 이집트(57시간) 수단(56.1시간) 스리랑카(54.7시간) 마카오(51.8시간) 터키(51.2시간)에 이어 7번째로 긴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 이어서는 싱가포르(48.4시간) 콜롬비아(47.1시간) 미얀마(46.8시간)인도(46.7시간) 등이었으며 프랑스, 호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40시간 미만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제조업 노동시간은 지난 90년 49.8시간으로 처음 50시간 미만으로 떨어진뒤 98년에 외환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46.1시간으로까지 줄어들었으나 99년에 다시 50시간으로 늘어나 10년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와함께 OECD 29개 회원국과 비교한 결과, 취업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98년 현재 연간 2천612시간으로 1400∼1900시간인 대부분의 나라는 물론 2위인 체코의 2천70시간에 비해서도 거의 600시간 가까이 많은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민주노총은 "ILO 통계에 나온 75개국 평균 노동시간은 41.7시간으로 우리나라 평균보다 8.3시간이나 짧다"면서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99년말 현재 483조8천억원의 GDP로 세계 13위인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비교할 때 노동시간 측면에서 우리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상당히 열악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또한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근로자 1만명당 산재사망자 수도 한국이 3.33명으로 미국(0.05) 일본(0.1) 독일(0.8)은 물론 태국(1.17) 싱가포르(1.56) 멕시코(1.2)보다도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에따라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고 주 5일 근무제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부는 이와관련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사실"이라며 "노사정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논의키로 한 만큼 노사정 합의만 이뤄진다면 정부는 즉각 제도개선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사정위는 이날 오후 한국경총,전경련,한국노총 등 노사관계자와 정부측이 참석한 가운데 상무위원회를 열고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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