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난타〉, 전용극장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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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냄비 등 각종 주방기구를 두드리는 소리를 사물놀이의 흥겨운 리듬에 담아 히트한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가 제2의 도약기를 맞는다.

6월 초 서울 정동 컬처플라자 1층에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연중 공연체제로 들어가는 것. 한 작품만을 위한 전용극장이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의 웨스트 엔드에선 흔하지만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난타〉를 제작한 PMC 프로덕션(대표 송승환)은 최근 정동 컬처플라자측과 2년 동안 계약을 맺고 언제라도 〈난타〉를 공연할 수 있게 했다.

객석은 3백17석. 기존 공연에 비해 무대가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나 바닥 전후좌우에 레일을 깔아 각종 세트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계획. 예매는 다음달 15일쯤 시작한다.

〈난타〉의 전용극장은 공연문화의 산업적 측면에서 주목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외국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유혹하듯 〈난타〉역시 일본인 등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주로 겨냥할 생각이다.

송대표는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는 공연상품이 없어 전용극장을 열게 됐다" 며 "관객 가운데 외국인 비중을 30~50%에서 시작해 내년쯤엔 70%까지 올리겠다" 고 말했다.

현재 이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작진이 앞날을 다소 밝게 내다보는 것은 지난해 8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호평과 올 초 일본공연의 성공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 올해에도 5월말 타이완, 6월 영국, 7월 아일랜드, 9월 뉴욕.말레이시아 등 17건의 해외공연이 확정된 상태다.

송대표는 "6년 전 선보인 영국의 〈스텀프〉가 지금까진 2천2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며 "일본에서 공연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스텀프〉와 비슷한 〈난타〉의 장래는 희망적이다"고 밝혔다.

제작사는 외국인에 대한 호소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의 공연 전문가를 초청해 작품을 보완하고, 음악·안무도 종전보다 더욱 감각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방침. 사물놀이의 음악적 효과를 높이는 등 한국적 색채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7월엔 '어린이용 난타'를 만들어 낮에는 어린이를, 밤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등 관객 차별화를 꾀한다.

이렇게 되면 〈난타〉공연팀의 확대도 불가피하다. 전용극장.해외공연.지방공연 등 팀별 특화가 이뤄진다. 제작사는 현재 연습팀을 포함해 4개로 구성된 공연팀을 향후 상황에 따라 늘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난타〉의 상설무대는 국내 관객개발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공연문화가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국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평론가 최준호 교수(예술종합학교 연극원)는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이 장기공연 체제를 갖추면서 일본인 관광객을 다수 유치한 것처럼 〈난타〉의 상설무대는 한국 공연문화의 산업적·국제적 가능성을 점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 진단했다.

〈난타〉전용극장이 문을 열면서 정동 일대는 서울의 새로운 문화벨트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난타〉극장 바로 위층에서 동시에 개관할 멀티플렉스 영화관(극장 5개)과 기존의 정동극장.정동아트홀.정동 A&C 등이 한데 어울리는 '도심의 문화장터' 가 생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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