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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우승자 블레이크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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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자 100m 우승자인 요한 블레이크(아래)는 진지하고 성실하다. 짓궂고 농담 잘하는 우사인 볼트와는 대조적이다. 사진은 31일 오후 대구 선수촌 인근 훈련장에서 볼트가 블레이크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 블레이크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볼트에게 미안하고 그를 존경하지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대구의 챔피언은 볼트가 아니라 요한 블레이크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 단독으로 만났다. 블레이크는 레게 스타일의 머리 모양이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진지하고 성실했다. 짓궂고 농담 잘하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는 딴판이었다. 철이 일찍 든 모범생 같았다. 블레이크는 선배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존경(respect)이라는 단어를 꼬박꼬박 썼다. 하지만 경기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우승을 축하한다.

“며칠 지났지만 지금도 기분이 최고다. 볼트에 대해 미안한 감정도 있지만 달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우사인 볼트의 훈련 파트너 다.

“볼트와 나는 같은 코치(글렌 밀스)의 지도를 받는다. 볼트와 함께 연습하는 것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일단 큰 자극을 받는다. 또 다른 선수들과 달리 나는 볼트와 레이스해도 심리적 부담이 거의 없다.”

-챔피언은 당신이지만 볼트의 실격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은 얘기를 한다.

“이해한다. 볼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다. 세계기록도 갖고 있다. 나도 그를 존경한다. 하지만 대구의 챔피언은 볼트가 아니라 나다.”

-어린 나이에 세계 챔피언이 됐다.

“나는 100m를 9초대에 뛴 최연소 선수다(블레이크는 2009년 7월 10일 로마대회에서 9초96을 기록했는데 그때 나이가 19세197일이었다). 이미 여섯 차례나 서브텐(100m를 10초 미만에 뛰는 것)을 달성했다. 바람 때문에 기록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올해 5월 9초80의 기록도 냈다. 코치는 내가 어떤 상대라도 이길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상대가 누구라도, 볼트라도 이길 수 있다. 경기에서는 승리에만 집중한다.”

- 볼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다. 볼트는 물론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타이슨 게이(미국) 등 강자들이 내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것이다. 그들을 존경하지만 이길 수 있다. 런던에서 관중에게 또 한번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다.”

-개인 최고 기록은 9초89로 볼트의 세계기록(9초58)과 차이가 많 다.

“나는 아직 어리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또 좋은 코치와 든든한 후원사(아디다스)도 있다. 주니어 기록(10초11)은 내가 볼트보다 좋다. 훈련에 집중하면 볼트의 기록을 따라잡을 수 있다. 볼트처럼 좋은 성적을 거둬 육상의 전설이 되고 싶다.”

-무엇이 당신을 빨리 뛰게 하나.

“아프리카 난민 등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동기부여가 된다.”

 -크리켓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어렸을 때 크리켓 선수였고 지금도 크리켓을 한다. 하지만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상이다.”

-경기가 끝난 뒤 볼트가 무슨 얘기를 하던가.

“훈련도 열심히 했고 경기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힘든 상황이었을 텐데 (나를 칭찬해 준 것을 보면) 그는 정말 위대한 선수다.”

대구=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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