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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다문화 가정 아이들 만나니, 금세 오래 만난 친구처럼 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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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자녀는 3만1788명(2010년 기준)입니다. 현재의 증가세가 지속되면 2020년에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20%가 다문화 가정 자녀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지금껏 우리나라를 ‘단일민족 국가’라 가르치던 교과서 내용도 바뀌었습니다. 신문 기사를 통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편견을 알아보고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변준익(왼쪽에서 두번째)군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과 만나 중국 전통 의상을 입는 다문화 체험을 해봤다. 변군은 “다문화 가정 친구들은 외국어도 잘하고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줘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문화 배경이 각기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여 공부하다 보면 어려움은 없을까? 지난 25일 변준익(서울 무학중 2)군과 최지현(서울 난곡초 6), 이민정(경기 녹양초 6), 배희주(경기 성산초 5) 양이 모여 다문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이날 체험학습은 중국인 강사 이매실(47)씨가 도왔다. 이씨는 “10년 전 한국인 남편을 만나 이곳으로 이민을 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최양은 “우리 엄마도 중국 사람”이라며 이씨에게 반색을 표했다. 이씨가 중국말로 “어머니 고향이 어디냐”고 묻자 최양은 “지린성 쪽인데 도시 이름을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한국말로 답했다. 엄마를 통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접한 터라 듣고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변군은 “나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모르는데 지현이가 대단해 보인다”며 놀라워했다. 이씨는 “아빠 나라와 엄마 나라가 다르면 어려서부터 서로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어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설명을 듣던 이양과 배양도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변군이 베트남 말을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하자 배양이 “‘안녕하세요’는 ‘신짜오’, ‘감사합니다’는 ‘신깜은’이라고 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이양은 “엄마가 베트남 음식도 자주 만들어준다”고 자랑했다.

이씨는 “혹시 ‘다문화’라고 불려 소외감을 느끼거나 자존심이 상했던 적은 없느냐”고 물었다. 세 학생은 고개를 저었다. 최양은 “내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다문화인 것도 잘 모른다”며 “일부러 감춘 적도 없고 친구들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양은 “난 엄마를 닮아 얼굴도 가무잡잡하고 눈이 커서 다문화라고 금방 알아본다”고 얘기했다. “처음에는 조금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지만, 같이 놀다 보면 그냥 친구로 대해준다”고 쾌활하게 말했다. 변군은 “초등학생 때 같은 학교에 다문화가정 출신 친구가 있었다”며 “외모가 특이해 눈길은 갔지만 특별히 거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더니 “놀랍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나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외국인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 그런데 너희들은 힘든 점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걸 보니 우리 사회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언어 능력·문화적 이해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줘야

변군은 “엄마 나라에는 자주 가냐”고 물었다. 최양은 “거의 매년 다녀온다”며 “중국 사람들은 붉은 색과 용을 좋아해 명절 때 입는 옷도 거의 붉은 색에 용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말했다. 최양의 말에 이씨는 중국의 전통 의상을 보여줬다. 학생들은 “옷이 예쁘고 부드럽다”며 감탄했다. 이씨는 “중국 전통 의상은 ‘치파오’라고 부른다”며 학생들이 입어볼 수 있게 거들어줬다.

배양은 “베트남에서도 아오자이라고 하는 전통 의상을 입어본 적이 있다”며 “몸에 꼭 맞는 아오자이보다 치파오가 활동하기는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군은 “한복보다 치파오가 입는 방법이 간단하다”며 신기해했다.

중국식 만두도 직접 만들어봤다. 이씨가 만두피를 만들어주면 학생들이 다진 고기와 부추 등을 섞어놓은 속을 넣고 빚었다. 변군은 “추석 때 송편 만드는 것과 비슷한데 주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양은 “베트남에서는 밀가루가 아니라 쌀로 만든 라이스 페이퍼로 짜조나 춘권을 만들어 먹는다”며 능숙하게 다양한 모양의 만두를 빚었다. 이씨는 학생들이 만든 만두를 보더니 “3개국의 특성이 묻어난다”며 웃었다.

변군은 “오늘처럼 다문화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국적의 부모를 둔 저 같은 아이보다 다문화 아이들이 어학 능력이나 문화적 이해력이 뛰어난 것 같거든요. 단순히 차별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다문화 아이들의 재능을 존중하고 계발해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 기사로 더 생각해 보세요

다문화 가정에서는 어떤 도움 원하나

우리나라에는 180만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불법 이민자까지 포함하면 200만 명에 가깝다는 예측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4%에 달하는 수준이다. 외국인 증가세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출산 추세가 맞물려 외국인 비율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가정·학교·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다문화 가정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실천에 옮길 때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 중 상당수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들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일이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 없애는 교육 필요한 이유

노르웨이 테러를 일으킨 반(反) 다문화주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

우리나라 기성세대들은 단일민족, 순혈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이들에게 다문화주의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가치인 셈이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외국인을 향해 “냄새 난다, 더럽다” 등 모욕적인 말을 해 처벌받은 내국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0%가 외국인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로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쌓아간다면 향후 우리 사회의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노르웨이의 테러 사건도 다문화 사회를 거부하는 극우주의자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아래는 ‘서로서로 도와가며’라는 동요의 가사다. 단일 민족임을 강조하는 ‘한겨레’ ‘단군의 자손’ 등의 표현을 다문화 사회에 맞게 고쳐 전체적으로 개사해본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내 일처럼 여기고 /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집처럼 지내자 /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 우리 집 너희 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 잘못이 있어도 모두 용서하고 타일러 / 서로서로 도와가며 형제처럼 지내자 /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2. 국제 결혼 증가 추세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편견이 적지 않다. 아래 기사를 읽고 국제 결혼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해본다.

“다른 인종과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마지막 편견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랑과 결혼만큼은 같은 피부색,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과 하길 원한다는 거죠. 하지만 결코 그들을 혐오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저 고유의 언어와 문화가 사라질까 봐, 며느리나 사위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뿐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두려움도 생기는 것이겠죠. 마치 저희 부모님이 그 옛날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흑인들과 만났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들과 섞이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처럼요.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거듭돼 가면서 올바른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이런 고정 관념도 조금씩 사라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더욱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른 인종과 결혼해 사는 희로애락 … 할리우드 배우 다이앤 파>

3. 다문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차별적인 태도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래 기사를 읽고 밑줄 친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중적 태도’에 해당하는 사례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 적어본 뒤, 이를 고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버스에 함께 탄 인도인 교수에게 “더럽다” "냄새 난다”고 말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박모씨에 대해 법원이 27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특정 종교·국적의 외국인을 혐오하는 듯한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피해자 보노짓 후세인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유사한 일을 수없이 겪었다고 했다. 지하철에선 사람들이 곁에 앉기를 꺼렸고, 버스에서 깜빡 졸아 종점까지 갔을 땐 기사가 그의 허벅지를 발로 차 깨웠다고 한다. 사건 당시 그와 동행 중이던 한국 여성은 이달 초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 교수와 사귄 게 아니냐며 나를 들들 볶던 가족들이 최근 독일 남성과 결혼한 사촌에겐 오히려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중적 태도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내놓은 방한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영국 등 서구인들은 한국인이 친절했다고 답한 비율이 70%를 웃돈 반면, 아시아인 중엔 40%대에 불과했다. 

노르웨이 테러를 일으킨 반(反) 다문화주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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