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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화해의 청첩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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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정은 회장

정지이 전무

결혼은 어느 집안에서나 경사(慶事)다. 그래서 가족간 쌓였던 서운한 감정도 결혼식장에 들어서면 갈등이 풀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보기 좋은 모습을 현대가(家)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이 30일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취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정은(56) 현대그룹 회장이 다음 달 3일 장녀 정지이(34) 현대U&I 전무의 결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정몽구(73)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그룹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미 올해 3월 사실상 화해를 한 데다 정 회장이 집안의 큰 어른으로서 범현대가(家)를 품어 안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제기했던 500억원의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다음 달 3일 정 전무의 결혼식을 앞두고 가족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현대그룹이 일단 취하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을 취하한 것은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을 인수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가족의 화합과 상호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올 4월 현대건설을 인수하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7.7%)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소송 취하는 좋은 일”이라며 “이번 결혼식은 경사로 현대차그룹도 축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그룹을 상대로 무고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취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 매각 공개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인수 자금을 두고 논란이 불거져 올 1월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이 악의적인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며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사실무근이라며 현대그룹을 상대로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올 3월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앞둔 올 2월 양측은 화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중앙일보 2월 22일자 1면>

 두 그룹 간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정몽구 회장도 다음 달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정 전무의 결혼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직 정확하게 전해 들은 바는 없지만 정 회장이 정 전무의 결혼식 날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 회장의 참석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결혼식 당일 집안의 장자 격(2남, 정주영 회장의 장남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은 1982년 교통사고로 사망)인 정몽구 회장이 고(故) 정몽헌 회장 대신 조카인 정 전무의 손을 잡고 입장할지도 관심을 모으게 됐다. 현대가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정 전무가 최근 직접 정몽구 회장을 찾아가 청첩장을 전달했다”며 “식장에서 누가 정 전무의 손을 잡고 입장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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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현대그룹 회장
[現]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회장

1955년

[現] 현대상선 전무(사장실장)

197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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