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친 ‘125㏄ 불꽃 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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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19일 군산자동차경주장이 자동차에 푹 빠진 대학생들의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990년대 인기 TV 만화 ‘영광의 레이서(원제:사이버 포뮬러)’를 보며 자란 어린이들이 대학생으로 성장해 ‘군산의 레이서’로 돌아왔다. 전북 새만금군산자동차경주장에서 17~19일 ‘2011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가 열렸다. 전국 66개 대학에서 109개 팀이 참가했다.

 대학생들은 모터사이클용 125㏄ 소형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가속·스피드·주행성능(Baja) 부문, 포뮬러 경주 부문, 기술 부문(기술 아이디어 및 디자인)에서 실력을 겨뤘다.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스피드 경쟁을 볼 수 있었던 Baja 부문. 전체 109개 팀 중 81개 팀이 출전했다. 분위기는 포뮬러원(F1) 경기 못지 않았다. 예선 전날 밤잠을 줄여가며 차량 정비에 나선 팀도 있었다. 각 팀을 대표해 운전하는 드라이버들의 눈빛도 날카로웠다. 넘치는 열정과 달리 경기장 사정은 좋지 않았다. 급작스런 폭우로 자갈과 모래로 된 경기장 곳곳에 물웅덩이가 파였다. 81개 팀 중 18개 팀은 완주조차 못 했다. 남학생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홍일점이었던 조하현(20·동국대 ‘KART-B’팀)씨는 “팀 선배들에게 꼭 완주하고 싶다고 말해 참가하게 됐다”며 “그런데 엔진 문제로 경기 도중 차가 갑자기 서버렸다”고 말했다.

 종합 우승격인 그랑프리는 주행성능 부문에 출전한 계명대 ‘속도위반’ 팀이 수상했다. 현준수(20) 팀장은 우승비결로 튜닝을 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마른 노면에서는 튜닝한 차량이 빠르지만, 변수가 많은 수중 전에서는 ‘순정품’ 차량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지원이 있으면 더욱 좋겠다”고 덧붙였다. ‘속도위반’팀은 지식경제부 장관상과 상금 400만원을 받았다.

  2011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언구(57·사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수석부사장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대학생들이 이번 대회를 도전의 기회로 삼고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었다”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사막에서 자동차 동호인들이 산악용 모터사이클과 4륜구동 버기(벌레 모양) 차량을 만들어 오프로드 경주를 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자동차 기술의 꿈나무를 키우는 차원에서 자작차대회를 개최했다. 현재 미국·일본·독일·호주·영국·태국에서 각국 자동차공학회가 주관해 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 처음 열렸다.

군산=김승환 인턴기자(고려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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