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총리 노다] “A급 전범, 범죄자 아니다” … 민주당 내 대표적 우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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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 신임 일본 총리는 ‘민주당 내 우익’으로 불린다. 평소 “역사·신앙·도덕 등을 제대로 가르쳐야 일본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역사나 교육의 문제에서 강한 보수 색채를 드러내 왔다. 자신이 맡았던 재무상 대신 이런 문제를 관장하는 문부과학상을 희망했을 정도다.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향후 그의 집권기간 중 한·일 관계가 평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불과 2주 전인 15일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은 전쟁범죄자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이 발언은 사실 6년 전인 2005년에 했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자민당 소속)가 국회 답변에서 일본 내에 전범이 존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그는 질문서를 보내며 거세게 항의했다. 질문서에서 그는 “형(刑)이 종료되면 전범(戰犯)의 죄가 소멸되는 것이 근대법의 정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국회 결의를 통해 전범들의 명예는 모두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또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A급 전범으로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 침해 ”라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기까지 했다.

 15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과거) 사고방식에서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는 물론 일부 일본 언론까지 ‘역사인식 결여’라고 비판했지만 그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영토 문제에서도 강경파다.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일본 영토임을 확인하는 국회 결의를 주도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국 정부의 한 인사는 “노다 총리는 가까운 한국 인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이나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이 총리가 된 경우에 비해 마음이 조금 답답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대미 관계와 관련, 그는 이번 경선에 출마하면서 “미·일 동맹이 최대 자산이며 일본 외교의 기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2002년에는 “미국에도 한 방 먹이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일본이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외교 문외한’이라는 평이다.

국내 문제도 만만치 않다. 신용등급 강등을 낳은 재정난을 해소하고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문제를 수습하는 것부터가 상당한 부담이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적인 회전목마”(워싱턴 포스트 사설), “회전문 인사”(로이터)란 외신들의 비판처럼 노다 역시 선배 민주당 총리들의 뒤를 따라 단명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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