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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곳 타격, 공격력 2배,무인기 탑재땐 中 내륙도 사정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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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항공모함 전력에서 미국은 부동의 1위다. 바랴크 항모의 취역으로 중국이 급부상하고 곧 태평양에서의 미ㆍ중 대결이 펼쳐질 것 같지만 실제 전력 차이는 너무 커 가까운 미래에 그런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다. 미국의 항모 전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통상 항모 한 대에 80~90대의 항공기가 실린다. 주한 미 공군 전력인 90대가 항모 한 척에 실린다. 거기에 구축함과 잠수함이 전단에 합류한다. 미국이 대형 항모로 원하는 곳에 항공 전력을 이동시켜 바다와 하늘을 지배하는 능력을 중ㆍ경항모를 운용하는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항모의 새 시대에 박차를 가한다.

2015년 9월 미국의 최첨단 항모 CVN-78 포드급 핵 항모가 취역한다. 세계 최초의 핵 항모 엔터프라이즈호(CVN-65)를 대체하는 포드급은 2012년 11월부터 33개월 동안 임무 교대 작업을 한다. 1961년 취역한 엔터프라이즈호는 반세기, 50년의 임무를 마치고 사라진다(2010년 8월 미 의회 조사국 보고서). 포드급의 취항은 미국이 앞으로도 대양의 지배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의 해군력은 현재 11척의 항모에서 나온다. 그 가운데 주력은 CVN68~77까지 10척의 10만t 니미츠급 원자력 공격용 항모다. 나머지 한 대가 엔터프라이즈호다. 엔터프라이즈호는 1세대, 니미츠급은 2세대다. 가장 최신 항모 조지 H W 부시(CVN-77)호는 지난해 마지막 재래식 추진 항모 키티호크를 대체했다. 포드급의 통칭인 ‘CVN-21’, 즉 ‘21세기형 핵추진 공격용 항모’는 3세대다.

포드급 항모의 구상은 96년 시작됐다. 초기의 작전 요구 개념은 ‘CVNX-1’에서 인력 감축, 전기적 능력 향상에 집중됐다. ‘더 적은 선원, 더 강력한 항모 파워’가 모토였다. 이 개념을 ‘CVNX-2’가 이어받아 항모의 생존력과 공격력 향상에 중점을 뒀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CVN-21’로 종합됐다. CVN-21 항모엔 78ㆍ79ㆍ80 시리즈가 있다. 취역 이후 최소 50년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할 최첨단 항모다.

사실 현재의 11척 항모만으로도 미국의 해양지배력을 따라올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항모 한 대당 80여 대의 항공기로 전체 항모 11척에 실리는 항공기만 해도 900대쯤 된다. 이 정도의 최신예 항공기를 갖고 있는 나라도 없다. 항모 2척이 동원되면 표적이 된 국가는 힘을 쓰기 어렵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남침으로 전시 상황이 되면 미 항모가 최대 5척까지 한반도에 증강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제해권 장악의 고삐를 놓지 않는다. 차기 항모는 ‘유지에는 손이 덜 가고 작전 능력은 혁신적으로 제고시킨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크기는 변하지 않지만 내부가 다 개혁됐다. 미국의 해군전략을 연구하는 RUSI연구소에 따르면 6개의 포인트가 있다.

핵심은 공격 능력의 두 배 향상이다. 니미츠급의 일일 츌격률(소티)은 120(평시)/240(비상시)소티다. 포드급은 이를 거의 두 배로 늘린다. 평시 220, 비상시 310소티다. 리비아 사태 때 유럽연합군이 출격한 횟수가 일일 150소티다. 한 소티에 보통 4기의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한다. 포드급은 평상 작전으로 1000여 개의 표적을 하루에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작전을 순항미사일로 하면 매일 1000여 기를 동원해야 하며 비용은 10억 달러 이상 든다. 포드급 항모는 이를 1억 달러 내외의 ‘저렴한 비용’으로 한다. 2000여 개로 알려진 북한의 지하 갱도를 틀어막는 작전도 포드급은 이틀에 가능하다. 원거리 기지에서 미 공군전투기를 동원해 220소티 작전을 하려면 급유기도 대대적으로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더 들어간다. 요컨대 포드급의 작전 능력은 니미츠급의 두 배다.

항모가 싣는 비행기 대수가 늘진 않는다. 최신 항공기 80대 선을 유지한다. 44대의 F/A-18E/F, F-35 스텔스 전투기, 5대의 EA-18G 전자전기, 5대의 E-2D 조기경보기, 19대의 MH-60R/S 헬리콥터 등이 탑재된다.

포드급에는 또 비장의 무기, 항모용 무인 공격기(UCAV-N)가 2020년께 실린다. 기존 함재기의 항속거리는 1000㎞ 정도여서 예를 들어 중국과 갈등이 벌어질 경우 내륙 깊이 있는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없다. 무인 공격기는 다르다. 2700㎞까지 공격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또 기존 스텔스보다 더 레이더 탐지가 어려워진다. ‘더 멀리, 더 조용히’ 날아 더 생존성이 높아진다.

공격력을 뒷받침하는 항모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개발하는 항모 장비가 전자식 사출기다. 포드급은 니미츠급보다 발전 능력을 2.8배 높였다. 더 많은 이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활주로가 짧은 항공모함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려면 증기로 가동되는 사출기의 도움을 받아 가속해야 한다. 비행기를 잡아 짧은 시간에 시속 250㎞까지 가속한다. 그런데 증기 사출기는 무겁고 운용 유지가 복잡하다. 그래서 전자기식 사출기(EMALS)를 개발 중이다. 증기 대신 자기장으로 전투기를 가속하는 기술인데 전기가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개발 중인 레이저 같은 빔 방어무기를 항모에 장착하려면 역시 엄청난 전기가 소요된다.

이 밖에 소티를 늘리기 위해 현재도 축구장 면적의 세 배쯤 되는 갑판을 손 본다. 섬(Island)으로 불리는 갑판 위 지휘소 크기를 줄여 항공기를 위한 공간을 더 늘린다. 방어 능력도 향상시켰다. DDG-1000 차기 구축함에서 개발된 듀얼밴드 레이더를 장착해 여러 개의 레이더를 하나로 통합 운용한다. 이 레이더에는 탄도탄 감시 능력이 부여돼 중국의 대함탄도탄 둥펑(DF-21D)의 공격을 대비한다. 니미츠함의 군살도 줄였다. RUSI연구소에 따르면 인력을 1000~1200명 감축하고 정비요구도 30% 줄인다. 니미츠함의 인력은 4700명 수준이다.

미의회조사국보고서는 건조비로 CVN-78은 173억 달러, 79는 104억 달러, 80은 135억 달러로 잡고 있다. 2세대 최신함 CVN-77에는 60억 달러가 들어갔다. 그럼에도 RUSI는 “50년간 운용하면서 니미츠급보다 훨씬 많은 50억 달러를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막강 3세대 포드급을 두고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은근한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화려하게 등장한 6만7000t급 바랴크호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당장 바랴크호의 역할은 훈련 항모다. 문제는 미래다. 미 국방부가 24일(현지시간) 의회에 보낸 2011년 중국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이르면 올해 바랴크호와 비슷한 첫 국산 항모를 만들기 시작해 2015년에 취역시킬 예정이다. 10년 내 추가로 여러 척의 중형 항모도 배치한다. 현재 상하이 조선소에서 6만t급 중형 항모 두 척을 건조 중이다. 30여 대의 전투기와 20여 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함재기로는 러시아의 Su-27 전투기를 기초로 개량한 J-15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대 중반까지 중국은 4척의 6만t급 중형 항모를 추가 건조해 5 척의 중형 항모를 확보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그래서 2025년 이후면 중국의 항모 전력이 그나마 현재의 미국과 비교 가능한 수준에 오르게 될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보낸 2010년 ‘중국 군사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원해방어(遠海防御)’라는 중국의 전략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중국 해군의 능력을 연해에서 먼바다로 확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안 방어선을 연해인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지나해’로 잡은 소위 ‘제1도련선(섬을 연결한 방어선이라는 뜻)’의 구도를 ‘제2도련선’으로 바꿨다. 이 방어선은 ‘동태평양 먼바다~마리나군도~괌~미크로네시아~팔라우군도’의 원해다. 그만큼 해군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중국은 이런 해양 팽창 전략을 중형 항모와 항모용 공격 무기 개발이라는 두 축으로 실현하고 있다. 특히 사정거리 2000㎞인 DF-21D 같은 항모 공격용 탄도탄은 미국 항모가 중국 연안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무기여서 미국은 부심하고 있다.

김병기 객원기자, 안성규 기자zze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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