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나눔이야기] “지적장애 1급? 하빈이형의 매력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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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첫 날이던 지난 4월 30일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그날 스무살이 된 하빈이형(사진 왼쪽)은 예림원을 떠나 다른 시설로 갔다. 하빈이형이 살던 인천시 부평구의 예림원은 83명의 지적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이다. 나와 결연하고 있던 하빈이형도 지적장애 1급으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몰랐다. 나는 시험을 보는 내내 혹시나 형이 떠나는 모습을 보지못할까봐 조마조마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달려간 나는 다행히 형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내 손을 꼭 잡은 형이 어떤 마음을 전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하빈이형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8월이다. ‘나눔애’라는 봉사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예림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곳 친구들과 결연해 용돈에서 매달 1만원씩 후원하고 한 달에 한 번 찾아간다. 하빈이형과 나는 좋은 추억이 참 많았다. 예림원에 가면 형이랑 함께 비누나 주먹밥도 만들고, 같이 노래방에 가기도 했다. 프레드 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형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누가 말려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음식을 먹는다. 그래서 나는 늘 옆에서 형이 먹는 양을 체크하곤 했다. 장애가 심한 형에게는 작은 우유곽에 카세트테이프를 풀어 넣는 것이 유일한 놀이였다. 그래서 나는 형을 위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블록세트를 선물해줬는데, 형이 어디에 있든 그 블록을 가지고 놀면서 우리 추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빈이형이 떠나고 많이 섭섭해 하던 중 지난 5월, 나에게는 하늘(9·예림학교 3)이라는 동생이 새로 생겼다. 하늘이는 지적장애 3급으로 올해 1월 제주도에서 예림원으로 온 아이다. 하늘이는 내 동생이 됐을 뿐 아니라 우리 엄마·아빠에게도 “엄마” “아빠”라고 살갑게 부르는 가족이 됐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돼도 계속 하늘이의 형이 되어줄 예정이다.

 하빈이형과 하늘이를 만난 건 봉사활동을 떠나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다. 내 또래 친구들 대부분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까 말까 고민을 하고, 두려운 마음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그랬듯이, 한 번 두 번 만나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활짝 열린다는 것을 다른 친구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예림원에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우리를 너무나 반갑게 맞는 동생들을 보면 얼마나 보람있고 기쁜지 모른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는 식으로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빈이형과 하늘이에게서 내가 느낀 ‘매력’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강종원(17·인천시 부평구·부광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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