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S리테일 ‘고졸 채용’ 성공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GS수퍼마켓 서인천점엔 고졸자가 1명 있다. 점장인 김상식(36) 과장이다. 그가 거느린 10명은 모두 대졸 출신. 김 점장은 부임 첫날 직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고졸이라는 걸 밝혔다. 그는 “내가 더 물건을 잘 팔고 서비스를 잘해 점장이 된 것이기 때문에 학력을 밝히는 건 아무런 문제 될 게 없었다”고 말했다.

 GS수퍼와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서 김 과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간부 중 12%가 김 과장 같은 고졸자다. 가장 높이 오른 이는 장영민(49) 상무다. 그는 “회사가 학력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하는 만큼 자신을 갖고 일하라고 고졸 후배들에게 늘 조언한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공채 방식부터 다르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더 이상 고졸자를 뽑지 않지만, GS리테일은 계속 고졸 별도 공채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 들어온 고졸 사원이 193명으로 4년제 대졸 신입사원(161명)보다 많다. 이 회사 인재육성팀 박건하(35) 과장은 “고졸 사원이 퇴사율도 낮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업무에 대한 열정도 높다”고 고졸 별도 공채를 이어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GS수퍼 관악점장인 김경돈(39) 차장 역시 고졸이다. 그는 1996년 입사 이래 매년 각종 상을 놓쳐본 적이 없다. 김 차장은 “고졸 사원들은 부족한 학력을 만회하기 위해 더 부지런히 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그랬다. 점포를 찾는 손님과 주변 경쟁업체를 분석해 고객들이 찾는데 경쟁업체엔 없는 상품을 매장에 들여놓았다. 그러면서 2009년 하루 4500만원 정도였던 관악점 매출은 2년 사이 2000만원 넘게 증가했다.

 고졸 사원들이 활약하는 데는 이들을 대졸 사원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조직문화가 뒷받침됐다. GS리테일에 오기 전, 다른 유통업체에서 일했던 손중일(27)씨는 “전 직장에선 포장·진열 같은 단순 업무만 했는데 지금은 할인 행사는 어떻게 할 건지 같은 기획 업무도 한다”고 했다. 전 직장에선 대졸 직원만 하던 업무다. 손씨는 “전 직장에도 고졸을 차별하는 제도는 없었으나 차별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차별이 없는 GS리테일의 조직문화는 허승조(61) 부회장이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2003년 부임하면서 ‘한마음나눔터’란 것을 만들었다. 한마음나눔터는 팀별·점포별·부문별로 이뤄지는 일종의 ‘회식’이다. 사원들이 1년에 1~3번 상사와 볼링 같은 운동을 즐기고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자리다. 팀장·점장뿐 아니라 대표이사 같은 고위 임원도 주최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상사에게 의견을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키워진 것이다. 이런 문화가 번져 고졸과 대졸 구분이 없어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4F제도 역시 역할을 했다. 공정(Fair)·친절(Friendly)·신선(Fresh)·즐거움(Fun)을 바탕으로 한 행동강령이다. 여기엔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경어를 쓰고, 성별이나 출신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정선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