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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말 이어폰으로 미국 버라이즌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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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삼신이노텍 김석기 대표

동국 S&C 장기형 사장

음향기기 제조업체 삼신이노텍은 2009년 12월 ‘친환경 이어폰’을 개발했다. 옥수수·감자에서 추출한 녹말을 주소재로 만들었다. 40%는 땅에 묻으면 6개월 만에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소재, 40%는 재생 가능한 소재, 20%는 무해성 소재로 만든 100% 친환경 제품이다.

김석기(51) 삼신이노텍 대표는 “1972년부터 이어폰을 수출했고, 연구개발(R&D) 인력이 60%에 달할 정도로 한 우물만 판 결과”라며 “기술력에 친환경 아이디어를 더해 시너지를 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이어폰의 품질을 인정받아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올 상반기엔 글로벌 통신사인 AT&T·스프린트도 거래선으로 확보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친환경 제품 수출에 힘입어 250억원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엔 유럽에 진출해 3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제품을 수출하는 데 성공한 ‘녹색 중기’가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처럼 든든한 배경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친환경 시장을 개척한 중기들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4일 ‘그린시대, 녹색제품 수출 성공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이들의 성공전략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녹색 중기들은 회사가 가진 핵심 역량에 녹색 기술을 입히고, 블루 오션인 틈새시장을 개척했으며,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연구원이 꼽은 녹색 중기들의 성공 요인.

◆핵심 역량에 녹색 덧칠=선박 부품업체 태웅은 2006년 풍력발전기 부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981년부터 선박 부품 개발에만 매달려온 ‘특기’를 살린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박 부품과 풍력발전기 부품이 비슷해 사업군을 확장하는 게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독일 지멘스가 짓는 해상 풍력발전기 단조 부품의 60%를 공급한다.

◆틈새시장 개척=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에스티와이드는 동남아시아로 뛰어갔다. 대부분의 LED 수출업체가 진출해 경쟁이 치열한 미국·유럽을 피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동남아는 인프라가 덜 갖춰져 전기료가 비싸다”며 “그럴수록 전기를 아끼는 LED 조명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수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업으로 시너지=철구조물 전문업체 동국 S&C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남동발전·두산중공업과 컨소시엄을 맺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각 분야에 특화한 업체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것이 단독으로 뛰어드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7000만 달러(760억원) 규모 에콰도르 풍력발전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원격검침 시스템 업체 누리텔레콤은 아예 현지 업체와 손을 잡고 해외에 진출했다. 노르웨이 업체와 공동으로 입찰해 2007년 스웨덴에서 2500만 달러(270억원) 규모의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해엔 60억원을 수출했다. 최근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GE와 손을 잡았다.

◆현지 네트워크 활용=신재생에너지 업체 유니슨은 지난해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에서 2.25㎿(메가와트)급 풍력발전 프로젝트 우선협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평소 친분을 유지한 에콰도르 정부 관료 인맥을 활용해 입찰에 뛰어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감동 서비스=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에스에너지는 해외 바이어에게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 발주에서 납품하기까지의 사이에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면 값을 깎아주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부품가 변동이 심한 시장 상황을 즉각 반영해 주는 것이어서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수출 비중이 95%에 달한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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