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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인생2모작 재취업 컨설팅 의뢰인 심재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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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심재혁(56)씨는 25년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전 세계를 누볐다. 말레이시아·캄보디아·브라질 등 4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수출 관련 업무를 주로 했다. 해외에서 직접 입찰에 참여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을 한 터라 영어가 유창하다. 초급 수준이지만 말레이시아어와 러시아어도 구사한다. 해외영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심씨의 재취업 전략을 인크루트 오규덕 컨설턴트와 서울일자리플러스 최영숙 청장년상담팀장이 분석했다.

글=채승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4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각종 수출을 성사시킨 심재혁(56)씨. 그는 경력을 살려 해외영업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성룡 기자]

심씨는 1979년 현대중공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12년간 설계·견적·영업·관리부서를 두루 거쳤다. 91년 아시아자동차에 입사해서는 군용차 개발과 영업을 담당했다. 카고트럭, 미사일 탄약 차량 같은 방산용품을 개발하거나 수출하는 일을 했다. 99년 아시아차가 기아차에 흡수합병된 뒤에도 2004년 부장으로 퇴사할 때까지 특수수출팀에서 방산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다. 오 컨설턴트는 “방산수출 업무는 주로 일대일로 직접 만나 협상을 통해 설득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 쉽지 않다”며 “그때 쌓은 인맥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심씨는 재취업을 하려고 인크루트를 통해 수십 번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면접도 몇 번 봤지만 기업들은 선뜻 심씨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 컨설턴트는 “심씨가 큰 기업의 임원급 경력을 갖춰 일반적 기업에서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력에 걸맞은 급여 수준을 맞춰 주기도 힘들고 입사할 경우 상급자가 될 임원들의 나이가 심씨보다 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깔끔하지 않았다. 경력을 서술한 부분이 굉장히 길었다. A4 한 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최 팀장은 “‘나 이런 사람이니까 내가 필요한 사람 있으면 살펴보라’는 느낌”이라며 “핵심만 보려는 인사담당자의 입장을 생각해 5줄 정도로 간결하게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경력의 공백이었다. 이력서만 보면 2004년 5월 기아차를 퇴사한 이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대만 기업가 등과 함께 방산물자 수출을 추진했다. 그는 “2년 넘게 준비했으나 독일 업체에 밀려 시간과 돈만 허비했다”고 말했다. 실패 경험을 언급하는 게 재취업에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심씨는 그 뒤에 다른 일도 했다. 베트남에 전투경찰 헬멧을 납품했고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 철근 골조물을 수출했다. 하지만 이런 경력들을 하나도 이력서에 쓰지 않았다. 최 팀장은 “기업에서 경력자를 채용할 때 가장 꺼리는 게 경력 공백”이라며 “이 부분을 비워둬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패한 경력이라도 쓰는 것이 빈칸보다 낫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최 팀장에 따르면 통상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에게 자기소개서는 큰 의미가 없다. 경력이 이미 그 사람을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직업 전환을 고려한다면 자기소개서가 중요할 수 있다. 지원 동기와 직무에 대한 역량을 기술하는 것은 필수다. 인사담당자는 지원자가 원하는 직무 분야와 관련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하게 마련. 그러니 자기소개서에선 자신이 가진 핵심 역량을 강조해야 한다.

 최 팀장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PAR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해 왔던 일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되 ‘어떤 문제(Problem)에 직면했을 때 어떠한 행동(Action)을 취해 어떤 결과(Result)’가 나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자기소개서·이력서의 기본 골격도 중요하지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사소한 부분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심씨 같은 연배의 재취업자가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구직 관련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컨설턴트들은 인터넷을 통해 기업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방법을 추천했다. 또 그 분야의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직접 찾아가는 것도 권장했다. 최 팀장은 “재취업하고자 하는 직무의 사람을 직접 만나면 반드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른 무엇인가가 나온다. 이를 활용하면 재취업하는 게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팀장은 이어 심씨에게 기업의 문을 정식으로 두드리는 것보다 인맥을 살려 취업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방산사업 자체가 워낙 특수한 분야이고 심씨가 여전히 전문가로서 경쟁력이 있어 인맥을 통한 취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 컨설턴트도 경력과 노하우를 지닌 대기업 경력자를 중소기업과 연결시켜 주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www.win-win.or.kr)’을 추천했다. 오 컨설턴트는 “컨설팅을 해 주고 자문 비용을 받는 형식인데 기업들과 신뢰를 쌓으면 그 기업에 직접 취업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도 소개했다. 무역협회를 통해 컨설팅이 필요한 기업을 소개받는 형태다. 오 컨설턴트는 “일반공고를 통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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