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39> 대학 마크의 의미와 역사<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중·고등학교 때 자신이 목표로 했던 대학의 마크나 교훈이 담긴 연습장을 써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혹은 그 학교 배지를 가방이나 교복에 달고 다니며 자랑한 적은 없었나요? 각 대학의 마크는 학교의 얼굴이자 상징입니다. 보기에도 좋아야겠지만 그 학교를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의미가 담겨야겠지요. 지난 12일자에 이어 2회에 걸쳐 각 대학 마크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한길 기자

연세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연세대 캠퍼스에 서 있는 독수리 동상. 1970년 학생들이 모은 성금 700만원으로 세워진 이 동상에는 성경 구절이 새겨져 있다. [중앙포토]



연세대 마크는 파란색 방패 속에 사람을 상징하는 문양과 책·횃불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사람 문양 속에는 천지인(天地人)의 깊은 의미가 숨어 있는데요. 동그라미는 하늘(天), 가운데 직선은 땅(地), 아래의 ‘ㅅ’은 사람(人)을 뜻합니다. 연세대가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인 삼재(三才)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의미로 동그라미는 인격적인 완성을, ‘ㅅ’은 튼튼한 기초 위에 학문을 세우려는 자세를 뜻하기도 합니다. 방패 속의 책은 진리를, 횃불은 자유를 상징합니다. 방패는 이 두 가지 가치를 지켜 나가겠다는 굳은 결의지요.

‘1885’는 설립 연도를 의미합니다. 고종의 어의였던 미국인 선교사 알렌 박사가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을 설립한 해입니다. 광혜원은 이후 1904년 기부자의 이름을 따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고 본격적으로 서양 의술을 가르칩니다. 한편 연세대의 또 하나의 뿌리인 연희전문학교는 일제시대인 1917년 개교했습니다. ‘연세’라는 이름의 어원은 다들 아시나요? 해방 후 1955년에 세브란스 의대와 연희대학교가 합치게 되는데 이때 양쪽의 머리글자를 따서 ‘연세대학교’라고 이름 짓게 됩니다.

연세대 하면 상징인 독수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연세대 캠퍼스 안에는 독수리 동상이 서 있고 동상 앞에는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이사야서 40장 31절)”라는 성경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독수리상에는 전설 아닌 전설이 있습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둔 연세대 남학생이 이 동상 앞을 지나가면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다는 것인데요. 연세대가 이화여대보다 지대가 낮아 높은 곳을 좋아하는 독수리가 시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대와 연대가 가깝다 보니 나온 우스갯소리가 아닌가 합니다.

포스텍  우주 상징하는 원 안에 원자모형

2010년 ‘더 타임스’ 주관 세계대학평가 28위로 국내에선 최초로 세계 20위권에 랭크된 대학.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포스텍(옛 포항공대)입니다. 연구 중심 대학답게 포항공대 마크에는 과학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마크를 둘러싼 동그란 원은 우주를 상징하고 원 안의 기하학적인 도형은 원자 모형을 형상화했습니다. P는 포항공대의 머리글자를, 횃불은 진리탐구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1986은 설립연도입니다. 포항공대의 초대 이사장은 바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초대 총장은 유명한 핵물리학자 김호길(94년 작고) 박사였습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활동하던 김 박사는 1983년 버클리대 교수직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세계적인 연구중심 과학대학을 세우겠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그는 귀국 후 경남 진주에 연암공업전문대학을 발족시켰고 86년에는 포항공대 총장으로 부임해 포항공대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서강대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서강대가 가톨릭 계열인 건 다들 아시지요? 서강대 마크에는 그래서 기독교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방패 왼쪽 윗부분의 ‘IHS’는 그리스어로 ‘예수’를 뜻하는 모노그램(IH∑Or∑)을 라틴어로 바꿔 쓴 것입니다. 이 글자는 4~5세기쯤부터 기독교에서 신앙의 상징으로 사용됐다고 하네요. 중세 이후 교회미술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서강대를 설립한 예수회 역시 휘장에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패 아래쪽의 왕관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식과 학문의 면류관을, 또 하나는 성모마리아와 삼위일체입니다. 바탕색인 주홍색은 서강대의 공식 색깔로 사랑과 성령, 순교와 충성을 뜻합니다


경희대  유엔헌장을 따르는 세계인

경희대 본관 앞의 웃는 사자상. 사자는 ‘백수의 왕’이 가진 강한 생명력을, 웃는 모습은 약자에 대한 관용을 의미한다.

경희대 마크는 경희대의 창학정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평화주의·인도주의 등 유엔정신입니다. 경희대는 유엔헌장에 따라 ‘문화세계의 창조’와 ‘문화복지사회 건설’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1951년 마크 제정 당시 유엔 휘장을 참고로 했다고 합니다. 세계지도 위에 ‘大學(대학)’ 이라는 한자어가 새겨진 이 마크는 세계를 향한 열린 정신과 인류애·국제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경희대의 또 다른 상징은 ‘웃는 사자’입니다. 맹수인 사자가 웃고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백수의 왕인 사자는 용맹성과 거침없는 에너지를, 웃는 모습은 타인에 너그러운 자세를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끊임없이 강해지되 약자에겐 관대하라”는 뜻입니다. 경희대 본관 앞에는 이 웃는 사자상이 서 있습니다.

숙명여대  눈송이처럼 순수하거라

숙명여대의 상징은 눈송이입니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송이처럼 조용한 아름다움·순수함 등을 기르라는 뜻입니다. 숙명여대에서 매년 11월 열리는 축제의 이름은 그래서 ‘눈송이 축제’입니다. 유명가수나 학내 동아리 등의 공연이 벌어지고 캠퍼스 안을 눈결정체 모양의 은백색 조명으로 장식합니다. 학교 안에는 음식과 커피 등을 파는 ‘스노 카페’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줄여서 ‘눈다방’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숙명여대의 마크에도 눈송이가 들어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써 오던 한자 로고에 눈 결정체를 둘렀습니다. 눈결정체를 각기 다른 색깔로 두 겹으로 두른 건 숙명인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강조하고 밖으로 뻗어나가는 미래지향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소개해 드렸던 부산대 캐릭터 ‘산지니’처럼 숙명여대에도 인기만점 캐릭터 ‘눈송이’가 있습니다. 행사나 축제 때면 교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동국대  불교정신으로 이상세계 구현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상 세계 구현’. 동국대의 건학이념입니다. 동국대는 불교계가 대한제국 시절인 1906년 신교육을 위해 세운 명진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중간에 혜화전문학교로 이름을 바꿨다가 해방 후 지금의 동국대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데요. 그래서 마크에도 불교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동국대는 두 가지 마크를 병행해 사용합니다.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마크는 동국대의 이니셜인 알파벳 D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동국대인을 상징합니다. 주황색 등 따뜻한 색깔을 쓴 건 동국인의 열린 마음가짐과 긍정적인 관점을 뜻한다고 하네요. 반면 대내 문서 등에는 불교정신이 담긴 마크를 사용합니다. 마크 속 4개의 원은 불교의 근본원리인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성제를, 8개의 점은 중생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수행방식인 8정도를 의미합니다.

전남대  호남평야 같은 인재의 산실 되길

전남대 마크는 독특하게도 학부생이 디자인했습니다. 1955년 학교 교표 현상 모집에서 당시 국문학과 3학년이던 서상학씨의 작품이 당선돼 지금까지 내려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가운데 U자 모양의 도안이 보이시나요? ‘University(대학)’의 머리글자를 상징합니다. 또 U자를 자세히 보면 ‘국립전남대학’의 머리글자인 ‘ㄱㅈㄴ’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중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이지요. 가운데 나뭇잎은 승리를 의미하는 월계수입니다. 서울대 마크에서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잎이 모두 7개인 건 개교 당시 단과대학 수를 의미합니다.

전남대 마크가 녹색인 이유는 전남대가 자리 잡은 광주가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은 드넓은 평야 덕분에 다른 지방에 비해 생활이 비교적 풍요로웠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뛰어난 선비와 시인을 배출했습니다. 즉 녹색은 드넓은 평야에서 많은 인재가 태어났듯 전남대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이 자라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녹색은 젊음과 미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숭실대  평양 대동강과 서울 한강 형상화

숭실대는 미국 장로교 선교사인 윌리엄 베어드(William Baird·한국명 배위량) 박사가 1897년 평양의 젊은이들을 모아 중학과정을 가르친 숭실학당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교가에도 ‘대동강 줄기처럼 빛나던 흐름’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신사 참배를 끝까지 거부하다 1938년 폐교된 뒤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서울에 다시 세워지게 됩니다. 남북 분단으로 캠퍼스를 평양에서 서울로 옮겨야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파란색 숭실대 마크는 숭실대의 약자인 ‘SSU’를 상징함과 동시에 평양 대동강과 서울 한강을 형상화했습니다. 통일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문무 겸비한 영공의 수호자

육·해·공 사관학교도 학교를 상징하는 마크가 있습니다. 그중 공군사관학교는 대한민국의 영공을 지키는 군인을 기르는 곳답게 ‘하늘의 제왕’ 독수리를 마크에 사용합니다. 독수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선비 사(士)’자는 바로 문무를 겸비한 정예장교를 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 아래로 보이는 14개의 별은 한국의 14개 도(道)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