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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싸기 중단하라” … 오바마 ‘구원 투수’된 버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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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버핏(左), 오바마(右)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81)이 재정 파탄에 이른 미국의 적자 해소책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 증세 주장을 지원 사격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버핏은 뉴욕 타임스(NYT)에 ‘수퍼 부자 감싸기 정책을 중단하라(Stop Coddling the Super-Rich)’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여기서 “미국의 가난한 사람과 중산층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를 위해 싸우고 가계를 꾸려가기 위해 애를 쓸 동안 나를 포함한 거부들(mega-rich)은 그 희생에서 제외됐다”며 “친억만장자 성향의 의회(billionaire-friendly Congress)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정부는 진지하게 (부자들의) 고통 분담을 고려할 때”라고 제안했다.

 버핏은 칼럼에서 지난해 자신이 낸 세금이 693만8744달러(약 74억원)라고 공개했다. 그는 “이는 내 소득의 17.4%에 불과한 반면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소득의 33~41%에 이르는 세금을 냈다”고 지적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수퍼 부자들의 세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노동을 통해 소득을 올리는 사람의 세 부담은 자신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곤 “미국 지도자들이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으나 나와 수퍼 부자 친구들은 분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꼬집었다.

 버핏은 1992년에 상위 400명의 부자들이 낸 세금이 미 연방 세수 전체의 29.2%였으나 2008년에는 21.5%로 낮아졌다며 재정적자 해소책으로 자신을 포함한 부자들의 증세를 거듭 주장했다. 특히 부자들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하면 어떻든 투자하며, 잠재적인 세금이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까지 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버핏의 칼럼에 반색했다. 하루 뒤인 15일 중서부 지역 버스 투어에 나선 오바마는 첫 장소인 미네소타주 캐넌폴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그의 얘기가 옳다”며 “여러분은 세금 혜택을 받지 않는 건 물론이고 그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 부채한도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백만장자나 억만장자, 대기업들에 대해 어떤 것도 요구할 수 없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었다”고 비판했다. 버핏과 오바마의 이런 ‘2인3각’ 인연은 뿌리가 의외로 깊다. 버핏은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민주당 후보들을 좋아한다”며 “특히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오바마가 내가 선택한 후보”라고 일찌감치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정치권에 대한 ‘기부금 보이콧’을 제안했다. 그는 14일 미국 재계 리더 50명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의회와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돌아와 재정 적자와 부채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부금 제공을 중단하자”고 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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