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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농악으로 세계 마라토너들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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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 조일공고 3학년 곽명훈(18)군은 요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일(27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첫날 열리는 여자마라톤 경기 때 코스 옆 인도에서 농악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풍물부의 리더인 ‘상쇠’를 맡고 있다. 곽군은 “이번 공연을 위해 풍물부원 35명이 한 달간 연습해 왔다”며 “멋진 농악 솜씨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풍물부의 김재석(44)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연을 하겠다고 나섰다”며 “전 세계에 중계되는 행사라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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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라톤 코스 주변이 시민 축제장으로 바뀐다. 74개 공연팀과 67개 응원팀 등 1만여 명이 거리공연과 응원에 나서기 때문이다. 공연팀은 대부분 직장이나 학교, 동호인 모임 소속이다. 참가자는 고교생에서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사물놀이·스포츠댄스·록밴드·힙합 퍼포먼스·부채춤·비보이 공연 등을 선보인다. 응원팀도 막대풍선과 ‘선수 여러분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한다. 이들은 여자마라톤 경기(27일)와 남자마라톤 경기(다음 달 4일) 때 응원에 나선다. 공연팀의 경우 여자 경기에는 44개 팀이, 남자 경기 때는 45개 팀이 코스의 주요 지점에 배치된다(남·여 경기 모두 응원하는 팀은 15개). 마라톤 출발시간인 오전 9시보다 30분 앞서 공연이 시작돼 낮 12시까지 이어진다.

거리응원에 나설 대구·경북 늘푸른자원봉사단.

 수성구 욱수동의 ‘욱수농악보존회’ 회원 40명은 어린이회관 앞에서 농악놀이를 한다. 대한가수협회 대구지회 회원 100여 명도 범어 네거리 그랜드호텔 앞에서 가요와 민요를 부를 예정이다. 서구 비산동 주민 20명으로 구성된 ‘비룡농악단’은 수성구 들안길 네거리에서 공연을 펼친다. 기악합주단 ‘실크’는 수성구 상동시장 네거리에서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인다. 비룡농악단의 김경자(55·여) 단장은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멋진 응원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거리축제 형태의 응원은 마라톤 코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마라톤 경기는 도심을 세 바퀴 도는 루프(loop·고리) 코스에서 열린다. 시민들이 한곳에서 선수를 세 번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40∼50분씩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덜어 주기 위해 공연을 계획했다. 육상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세계에 보여 주는 효과도 있다. 지난달 공연·응원 자원봉사자 모집 때 신청 단체가 줄을 이었다. 시는 애초 공연단 28개 팀과 응원단 40개 팀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신청자가 많아 참가팀을 크게 늘렸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경보 기술위원장은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이 응원하면 선수들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조기암 자치행정과장은 “마라톤 경기는 세계에 생중계되는 만큼 참여 열기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며 “마라톤에는 공연·응원팀을 포함해 시민 20만여 명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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