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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SM7 매력은 세련된 절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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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르노삼성의 플래그십(브랜드를 대표하는 차) 모델인 뉴 SM7이 16일 시판된다. 다소 투박해 보였던 기존 르노삼성 승용차 모델의 디자인을 과감히 깨고 품격과 개성을 동시에 살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차 디자인의 탄생을 총괄 지휘한 이는 성주완(37) 르노삼성 디자인팀장이다. 그는 “경쟁사 모델처럼 화려한 치장으로 눈길을 끄는 대신 절제된 세련미를 추구했다”며 “차에 탔을 때 집의 거실처럼 편안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성 팀장은 자동차 디자인에 관한 한 국내 최고 명문가 출신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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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과 손위 처남 부부 모두가 미국 자동차 디자인 최고 명문인 패서디나 아트센터(ACCD) 동문이다. 특히 처남은 이일환(39) 벤츠 미국 디자인센터장이다. 지난해 벤츠의 신형 4도어 쿠페 CLS를 디자인해 유명해졌다. 한국인으로 해외 자동차 디자이너 가운데 가장 지위가 높다. 부인 이희승(32)씨도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에 근무했다. 인문계 출신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변신한 배경도 눈길을 끈다. 성 팀장은 원래 (고려대) 경영학도였다.

 하지만 대학 2학년 때 진로를 틀었다. 아버지는 물론 학교에서도 졸업 후 회계사나 대기업 진로를 권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성주완 팀장

 그는 “우연히 미국 자동차 디자인 잡지를 본 게 계기가 됐다. 적지 않은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가 패서디나 출신이라는 것을 듣고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운수업을 하던 집안 덕분에 일찍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터였다. 미술학원을 다니며 자동차 디자인을 독학했다. 대학 졸업 뒤 1997년 패서디나에 20페이지 분량의 자동차 디자인 스케치 모음집(포트폴리오)을 보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자동차 디자이너의 길은 쉽지 않았다. 유학 2년 만에 힘든 학사 일정에 건강을 해쳐 휴학을 하고 산행만 하기도 했다. 다행히 2001년 졸업과 함께 미국 디트로이트 제너럴모터스(GM) 디자인센터에 취직했다.

 하지만 GM 조직은 너무 컸다. 캐딜락 STS나 뷰익 신차 프로젝트에 참가했지만 차종이 너무 많아 빛을 보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2006년 르노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성 팀장은 망설임 없이 르노를 택했고 르노삼성에 배치됐다. 당시 르노삼성은 대형 세단인 뉴 SM7 개발을 준비했다. “르노는 소형차에는 강했지만 대형 세단은 개발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지요. 그래서 캐딜락을 경험한 게 나에겐 큰 기회였습니다.”

 그가 제출한 디자인 컨셉트는 당시 패트릭 르퀘망 르노 디자인 총괄의 마음을 샀고 프로젝트 매니저로 결정됐다. 100년 넘은 자동차 개발 역사를 지닌 르노였지만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의견이 맞지 않았을 때는 자세한 이유를 달아 보내줬다. 이처럼 무작정 위에서 지시하는 ‘톱-다운 조직’이 아닌 게 그를 신나게 했다.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와 가장 많이 대화를 합니다. 엔지니어는 품질이나 가격이 목표라서 만들기 어려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선 늘 비판적이죠. 이들을 잘 설득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량입니다.”

 그런 그는 역시 인문학도 출신인 크리스 뱅글 전 BMW 디자인 총괄을 동경한다. 성 팀장은 “뱅글은 상상력과 감성을 십분 살려 다소 따분하다는 인상을 받아온 BMW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으로 끌어올렸다”며“나 역시 경영학을 전공한 만큼 고객이 타고 싶고 사랑하는 차를 디자인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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