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완투위해 투구전략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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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서 느려터져 걱정스러웠던 '박찬호의 볼 스피드' 는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피드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의도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날 박찬호의 최고 구속은 4회 1사후 마이클 배럿을 상대하며 기록한 95마일.

박은 공 한개 한개마다 전력을 다하던 과거와는 달리 상황에 따라 힘을 안배하는 두뇌피칭을 했다.

1회 박찬호의 투구 스피드는 90마일이 최고였다. 그러나 2회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안타로 출루시킨 후 1사 1루가 되자 직구 스피드가 93마일로 찍혔고 볼넷을 허용, 1사 1, 2루가 되자 94마일로 더욱 빨라졌다.

동료들이 7점을 따내 8 - 1로 앞서기 시작한 4회부터의 투구는 말 그대로 컨디션 점검용. 홀가분한 마음으로 90마일 안팎의 공을 던지다가 갑자기 95마일의 빠른 공을 뿌리기도 했다.

이같은 투구패턴의 변화 때문에 박의 경기가 대포알 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예전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변신은 진정한 특급투수로 거듭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박은 지난해까지 다른 15승급 투수들에 비해 완투가 유난히 적었다. 지난해에는 단 한번도 없었고, 통산 완투가 2번뿐이다.

스프링캠프때 투수코치 클로드 오스틴은 완투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체력이나 어깨문제가 아니라 '투구전략' 의 문제라고 충고한 바 있다.

박은 시종일관 전력투구를 하던 '단순한 피칭' 에서 벗어나 힘을 쓸 때와 안쓸 때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승패가 난 이날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무리다.

그러나 박은 지금 볼 스피드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더 많은 완투를 노리는 은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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