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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모든 음악 인터넷서 바로 구할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실리콘 밸리 종사자들이 인터넷 기술 경쟁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그들에게 최신 유행어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라. 많은 사람이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간 전자상거래)라고 답할 것이다.

요즘 인터넷상의 기업간 물품 및 서비스 거래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자금을 겨냥하는 B2B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골드 러시 시대의 서부로 비유됐던 모든 것이 마침내 안정을 찾으며 인터넷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이 아직도 패러다임을 파괴하며 계속 발전해가는 단계라고 믿는 사람들은 ‘냅스터’(Napster)라는 색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이 용어는 디지털 음악 배급 프로그램과 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설립된 신생회사, 그리고 그것의 엄청난 인기가 몰고온 열풍을 가리킨다.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와 통합 미디어 회사가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가정이 통념으로 자리잡을 찰나 느닷없이 등장한 냅스터는 수백만 이용자의 뜨거운 관심을 끄는 동시에 음반업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냅스터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거의 모든 음악을 즉석에서 입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새로운 음악을 선택하려면 둥글고 납작한 검은 플라스틱 판 위에 조심스럽게 바늘을 올려놓아야 했던)에 성장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진정한 인터넷 키드인 숀 패닝(19·노스이스턴大 1학년)은 그렇게 하려면 누구든지 다른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음악을 완전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손쉽게 생각해냈다. 그것이 바로 냅스터(패닝의 어릴 적 별명에서 땄다)의 탄생 배경이다.

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받은 후 원하는 음악의 곡명을 입력한다. 냅스터는 수천 개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MP3(압축 음악 파일) 포맷으로 저장된 음악의 리스트를 만들기 때문에 미국 클리블랜드든, 네팔 카트만두든 다른 사람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신청곡을 찾아낸다. 사용자는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그 음악을 자신의 드라이브에 복사하고 다른 사람들도 사용자로부터 그 음악을 복사해갈 수 있다. 또 자신이 소유한 CD에서 음악을 ‘떼어내’ 동료 냅스터에게 공개할 수 있으며 자작곡을 온라인에 올릴 수도 있다.

따라서 냅스터의 등장을 몹시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 음반업 협회는 지난해 12월 패닝의 회사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여러 대학들도 MP3 파일 교환이 대학가의 유행으로 자리잡으면서 냅스터를 즐기는 학생들이 인터넷 대역폭의 절반이나 차지한다면서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냅스터가 큰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유익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음악 붐이 확산되면 음악업계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으며 냅스터의 위협으로 그런 대책의 도입이 앞당겨질 것이다.

소송이 잠잠해지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음악이 더 많이 보급되고 음악가와 음반사들도 일정 형태의 온라인 수입을 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실행방식은 불완전하겠지만 결국 모두에게 유리한 방식이 될 것이다. 아울러 주파수 대역폭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는 대역폭 관리자들에게 인터넷이란 사용자들이 소비자로서 뿐만 아니라 발행자·판매자로서 권한을 갖는 쌍방향 통로였으며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엄중히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나 냅스터 효과의 최대 충격파는 아직 오지 않았다. 냅스터는 숀 패닝 자신이 처음 생각한 대로 거대한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직원 30명의 신출내기 회사인 냅스터는 급성장을 거듭하는 바람에 언젠가는 ICQ 메시지 서비스(AOL 소유) 같은 굴지의 온라인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잠재 이용자를 확보하게 됐다. 냅스터의 최고경영자 아일린 리처드슨은 “ICQ의 경우 14개월 걸린 일을 우리는 6개월만에 해냈다”고 자랑했다.

냅스터 소프트웨어는 인스턴트 메시징·채팅·개인 프로필 등 사용자 기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것이 미니 온라인 서비스의 초석이 될지도 모른다. 또 냅스터의 아이디어가 음악 밖의 영역으로 확산되면 추가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 시스템으로 사진·리포트·소설·영화가 교환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냅스터의 유행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회사가 AOL이다. 3월 중순 자회사 널소프트가 냅스터와 같은 프로그램의 베타 버전을 공개하자 AOL 경영진은 아연실색했다. 타임 워너 인수 후 세계 최대의 음반회사로 부상하기로 돼 있는 AOL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 프로그램은 취소됐다. 그러나 AOL은 MP3 팬들의 마돈나 음악 저작권 침해 말고도 걱정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냅스터와 그 뒤를 이어 등장할 소규모 배급회사들이 다른 것을 해적질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인터넷 사용자 세대 전체의 마음과 정신, 그리고 하드 디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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