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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설산 바라보며 티샷 … 존 레논도 반한 해발 900m 청정 휴양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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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나가노에 있는 가루이자와 코스. 해발 2568m의 아사마야마가 바라보이는 넓은 들판에서 호쾌한 샷을 할 수 있다. 미술관 등 부대시설도 풍부하다(아래 사진 참조).

국내외를 통틀어 골프와 온천, 쇼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원스톱 휴양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 점에서 일본 나가노(長野)현 남동쪽에 위치한 휴양지 가루이자와(輕井澤)는 안성맞춤이다. 해발이 900m나 되는 데다 낙엽송과 전나무 숲이 우거져 한여름에도 기온이 섭씨 27도를 넘지 않는다. 고원지대에 위치해 샷거리가 10야드 정도 더 나가는 점도 골퍼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한나절을 둘러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의 널찍한 고급 아웃렛은 프린스호텔에서 걸어서 5분 이내 거리다. 가족 단위 관광객으로 1년 내내 붐비는 곳이다. 고급 브랜드에서 지역 특산품까지 양과 질에서 일본 내에서 최고 명성을 자랑할 만하다.

고급 휴양지의 대명사가 된 가루이자와의 명성은 125년 전인 1886년 시작됐다고 한다. 알렉산더 크로프트 쇼라는 캐나다 선교사가 우연히 이곳을 처음 방문, 한 달간 숙박하면서 고국의 토론토와 빼닮은 풍광에 홀딱 반했다. 이후 쇼는 가루이자와에 민가를 개조한 별장을 만들었고, 많은 선교사와 경제인들의 별장 건설 붐이 일면서 이곳은 19세기 말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피서지로 발전해 왔다. 1958년 일본의 왕세자(현 일왕)가 현재의 왕후인 미치코(美智子)를 처음 만나 이후 ‘테니스 데이트’를 한 곳도 가루이자와 휴양지 안의 테니스장이었다. 또한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은 70년대 중반부터 세상을 떠난 80년까지 매년 여름 가족들과 이곳에서 한 달 넘게 묵곤 했다.

가루이자와의 골프 코스 역시 고급 휴양지의 명성에 걸맞은 전통과 수준 있는 레이아웃을 자랑한다. 가장 대표적인 골프장은 동서남북에 걸쳐 108홀을 갖고 있는 ‘가루이자와 72’ 골프 코스. 당초 동서남북이 18홀씩 총 72홀로 이뤄져 있어 가루이자와 72란 이름이 붙었지만 이후 증설을 계속, 현재는 동 코스와 서 코스가 각각 36홀로 총 108홀의 위용을 자랑했다. 이 중 북 코스는 해마다 JLPGA 투어인 ‘NEC 가루이자와 72 골프 토너먼트’가 열리는 난이도 높은 코스다. 북 코스에서 라운드하는 도중에는 잔설이 있는 해발 2568m의 아사마야마(淺間山)를 바라보며 티샷을 하는 홀들이 다수 있어 상쾌함을 더해 줬다. 북 코스는 캐디 이용이 필수적이나 나머지 코스는 셀프카트가 기본이다. 모든 카트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어 핀까지의 거리를 쉽게 알 수 있다. 동서남북 모든 코스의 페어웨이와 그린의 코스 상태는 최상급. 게다가 곳곳에는 아름다운 시냇물이 흘렀다. 클럽 하우스나 외관이 화려하고 호화롭지는 않지만 골프장이 지니고 있어야 할 핵심은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다.

골프가 끝난 뒤 프린스호텔 내 온천 혹은 55도의 탄산천으로 신경통·위장병·당뇨병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는 호시노 온천 등에서 몸을 푸는 기분도 색다른 감동이다. 일본 내에서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온천지대인 구사쓰(草津)도 차로 한 시간 거리다.

그 밖에 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검은 암벽에서 수천 개의 물줄기가 하얗게 부서지며 떨어지는 시라이토노타키, 국내외 유명 작가의 소장품이 대자연 속에 조화롭게 장식된 세존 미술관 등 볼거리도 많다. 또한 가루이자와는 프렌치 레스토랑의 격전지로 불릴 만큼 최고급 맛을 자랑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분위기가 뛰어난 카페들이 다수 영업 중이다. 메밀·사과·포도 등 이 지역 특산의 먹을거리도 꼭 챙겨 먹을 만하다. 호텔 단지 안에 자리 잡은 수백 채의 코티지(오두막집)형 숙소에 묵는 것도 운치 있다. 김포공항을 출발해 하네다 공항을 거쳐 가루이자와 72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3박4일(골프 3회) 상품(185만원부터)과 108홀을 모두 도는 4박5일 상품이 있다. 02-717-9009.

가루이자와=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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