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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그랜드 캐니언.요세미티 보호 부심

중앙일보

입력

연중 내내 끊이지 않는 방문객과 자동차들로부터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랜드 캐니언과 요세미티 등 미국의 유명 국립공원에 대한 보호조치가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전망과 석양이 일품인 미 남부 애리조나주 그랜드 캐니언의 야바파이 포인트(관망대)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고 인근 주차장은 방문객들이 타고온 차들로 가득하다. 마치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주차하려면 몇번씩이고 주차장을 돌아다녀야 한다. 정 못찾으면 길가에 세워둔`얌체차'도 적지 않다. 화장실도 사람이 길게 줄을 늘어서기는 마찬가지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측에 따르면 방문객수는 지난 80년 260만명에서 93년 490만명으로 급증한 이래 연간 460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인기높은 공원내 사우스 림(South Rim) 구역의 주차장은 2천500대를 수용할 수 있으나 어떤 날에는 6천대까지 몰린다.

미국에서 테네시주의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다음으로 인기높은 그랜드 캐니언의장관은 사람과 차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경에 이르자 국립공원관리국(NPS)은 최근 자동차와 이동주택차(모터홈),버스의 공원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비상조치에 불과하다.

그랜드 캐니언 관리자들은 국립공원으로서는 가장 급진적이고 야심적인 `공원살리기 10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NPS와 산림청, 내무부 등이 추진중인 이 계획은 관광객의 90%가 몰려드는 그랜드 캐니언의 사우스 림 구역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선 관광객들의 차량을 대체하기 위해 경철도와 왕복버스노선을 신설하고보도와 자전거 전용길을 만드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일부 관망대 출입을 금지하고 공원 밖에 호텔 등 숙박시설을 건
설, 그랜드 캐니언이 조금이라도 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이 이행되면 그랜드 캐니언은 혼잡-소음-무질서에서 평화-한적-잘 통제된 개발이라는 국립공원측의 3대 목표를 실현하는 모범이 될 것이다.

이런 `자연안식년제'는 미 국립공원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공원관리계획이라는평가를 받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그랜드 캐니언을 소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비행관광 금지 구역을 45%에서 75%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국립공원관리국은 또 캘리포니아주 중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주차 상한제, 도로변경, 야영장축소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브루스 배비트 미 내무장관은 최근 ▲방문객들이 승용차를 공원밖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토록 함으로써 요세미티 빌리지의 하루 주차대수를 1천600대에서 550대로 줄이고 ▲공원내 숙박시설(캐빈)을 1천260개에서 981개로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청회를 거쳐 오는 2001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방안은 또 3억4천300만달러를 투입, ▶공원의 주행로중 하나인 5㎞가량의 `노스 드라이브'와 요세미티 폭포 등 공원내 명승지 주차장 폐쇄 ▶스톤맨 목초지 등 180에이커 부지의 자연상태복원 ▶머세드 강 주변 토양 침식 방지를 위해 댐과 3개 다리 제거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로로 개조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명 `머세드 강 계획'으로 불리는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요세미티 계곡은매년 여름 하루 평균 7천여대에 달하는 자동차 공해로부터 해방되고 수백개의 야영장 폐지로 환경퇴화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국립공원관리국은 전국 87개 국립공원 중 그랜드 캐니언 등 66개 공원에서제트스키 등 모터 수상놀이 기구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와이오밍주의 옐로 스톤에서는 스노모빌(snowmobile)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coowo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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