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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꿈의 세계'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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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트(Techno-Mart)는 N세대의 열린 광장이다.

동대문 두산타워로 몰리는 패션족을 '두타족' 이라 하듯 테크노마트를 찾는 젊은이들은 '테마족' 이라 불린다.

1천7백여개의 대형매장이 들어선 테크노마트와 39층짜리 프라임벤처 메카가 서울 구의동 한강변에 공룡처럼 서 있다.

한 순간 정신을 팔면 현실세계인지 가상의 사이버공간에 들어왔는지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곳이다.

이곳에 직장을 가진 젊은이들만 7천여명. 23세 이하 젊은층이 하루 평균 6만명 이상 다녀간다.

지난해 연 2천만명의 젊은이가 이곳을 거쳐간 셈이다. 패션매장 두타족보다 전자상가 테마족이 네트워크 'N세대' 에 가깝다.

1천2백평 규모의 국내 최대 게임테마파크인 1층 'DMZ' 에서부터 낯선 장면이 시작된다.

기성세대에게 DMZ가 '분단의 아픔' 이라면 N세대에게는 '꿈을 이루는 공간(Dream Making Zone)' 이다.

원조 DDR엔 인적이 뜸하고 신종 DDR '펌프' 앞에는 구름관중이 몰린다.

테마족 펌프 동아리 'TM' 이 펌프 경연대회를 앞두고 매트릭스(오락기를 차고 올라가 공중제비를 도는 기술).무릎찍기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2차 변형 DDR인 DM-18이 뜨고 있다.

TM에는 펌프에 미쳐 학교까지 휴학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테마족 70여명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봉제공장 직원과 앳띤 초등학생도 회원이다.

N세대가 이곳에서 테크노댄스를 즐기려는 세대를 구분하는 한가지 방법. "원, 닭들도 아닌데 머리를 저렇게 돌리나" 며 망설이면 목불인견(目不忍見)형, "멋져 보이지만 내가 할 건 못된다" 면 위기일발(危機一髮)형, "남들이 하는 만큼 열심히 노력하자" 는 주마가편(走馬加鞭)형, "어차피 춤은 센스,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는 금상첨화(錦上添花)형이다.

바로 옆 오락실에서 공짜로 '이집트DJ' 게임을 하려다 종업원에게 적발된 중학생들은 당돌했다.

꾸중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왜 게임기 새 버전이 없느냐" 고 대들기까지한다. 이들이 '장님이 만진 코끼리' 같은 어지러운 테크노마트의 주인이다.

이곳에서 기존 상술은 거의 먹혀들지 않는다. 양복 입은 손님보다 힙합복장에 야구모자를 눌러 쓴 젊은층이 주 고객이다. 이들에게는 기능보다 새 모델임을 강조해야 잘 팔린다.

6층 오디오숍 직원은 "이곳에선 한달 이상 된 상품은 중고품" 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N세대의 욕구는 진보와 테크노마트를 만든다.

7층 핸드폰숍에서는 한 여고생이 신형 폴더를 만지작거린다. 이보다 7만원 싼 구형 폴더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지난해 1월 핸드폰을 처음 구입한 뒤 벌써 세번이나 모델을 바꿨다.

주로 핸드폰 새 모델을 구경하기 위해 1주일에 2~3차례 테크노마트를 찾는 이 여고생은 이곳에 올 때마다 새 머리핀을 하나씩 샀는데 벌써 30여개가 쌓였다. 이 머리핀은 친구들에게 자랑거리다.

10층 PC방 '틴틴' 에서 만난 인근 K고 2년생 정모군은 의사가 장래 희망이다. 인테넷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모으고 있으며 이미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놨다.

오는 4일로 개장 2주년을 맞는 테크노마트의 연간 매출은 약 3조원. 이중 40% 이상의 매출을 18~23세 젊은층이 올렸고 점유율은 계속 늘고 있다.

혼수 가전.가구 매출을 제외하면 이들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테크노마트는 젊은이들의 구매력에 한때 당황하다 이제는 각종 이벤트를 열어 이들을 모시고 있다.

학교대항 DDR 경연대회.프로게이머대회.테크노가요제.속옷패션쇼 등이 테마족의 갈채를 받고 있다.

테크노마트에는 테크노만 있는 것이 아니다. 11개 영화관을 갖춘 10층 영화 콤플렉스의 간판은 하루가 멀다하고 바뀐다. 이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사먹고 "오락하다 지루하면 영화 한편 때리고 게임기 챙기면" 테마족의 아지트가 견고해진다.

N세대의 아지트 테크노마트에게 라이벌이 있다. 전자상가 라이벌인 용산과 패션으로 무장한 동대문 의류상가다.

그러나 소비와 문화시설을 통합하는 공룡 N세대는 결점을 용납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끊임없는 인터액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용산엔 젊음을 흡입하는 힘이 없고, 동대문엔 첨단 네트워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테마족의 '소비〓문화생활' 은 이제 구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퓨전이 됐다.

외국어대 경영학과 한동철 교수는 테크노마트를 "N세대를 위한 거대한 주라기공원" 이라고 표현한다.

권혁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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