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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관조 스님이 사진으로 찍은 ‘화엄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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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주 남산 약수골 마애여래입상(부분).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 약사여래좌상(부분).

“티끌 속에서 우주를 보고, 우주 속에서 티끌을 본다.”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 사진작가 관조(觀照·1943~2006) 스님이 생전에 자주 했던 말이다. 스님은 불교의 화엄(華嚴)세계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8일 개막해 9월13일까지 춘천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부처님의 손’도 그렇다.

 경주 남산 약수골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의 수인(手印·불상의 손 모양)을 찍은 관조 스님의 작품(사진①)에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시를 붙였다. ‘내 손 안에 연꽃 피면/그 향기로 너에게 건너가리.’ 시를 읽고 사진을 읽다 보면 코 끝에 연향(蓮香)이 스친다. 약합(藥盒·약그릇)을 손에 올린 약사여래(藥師如來·사진②) 작품에는 김용택 시인이 글을 썼다. ‘내 손이 가만히 있으니/세상이 다 고요하구나.’ 내 안의 고요와 내 밖의 고요, 그 관계를 일깨운다.

 불상의 수인을 찍은 20편의 작품은 대단히 선(禪)적이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智冠) 스님이 짤막한 법어를 내리고, 나머지 작품에는 19명의 저명한 시인이 한 줄짜리 시를 썼다. 시는 짧고 여운은 길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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