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국` 캄보디아에 웬 벤츠?…한국발 빈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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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외세 침입, 내전, 쿠테타 등으로 어지러운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80%가 전기·수도·화장실 없이 생활할 만큼 나라 전체의 생활환경이 좋지 않다.

수도인 프놈펜에서도 10층 이상 건물은 손에 꼽는다. 현재 프놈펜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꼽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도 20층이 채 안 된다.

당연히 교통여건도 열악하다. 100명 중 95명이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오토바이 뒤에 마차를 매단 ‘톡톡이’가 택시 노릇을 한다. 이 톡톡이도 4인승이지만 보통 10명이 이용한다. ‘타는’ 것이 아니라 ‘매달려’ 간다고 보면 된다.

캄보디아를 방문한 한국인들은 딱 6.25 전쟁이 끝난 1960년대 한국의 모습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프놈펜을 걷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렉서스, 벤츠, 도요타 시에나 등 고급차들이 쉽게 눈에 띈다. 허름한 도시에 번쩍이는 고급차,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한국 부동산 버블 붐까지 닮아

캄보디아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데는 한국발 부동산 개발 붐이 한몫을 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7년을 전후로 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가졌던 국내 건설업체 등은 캄보디아에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GS건설은 프놈펜 도심에 52층 랜드마크빌딩(IFC)와 고급 주거복합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부산저축은행은 프놈펜에 45층 높이의 복합센터 조성을 계획했다.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인 캄코에어포트 명의로 조성한 자금만 600억원대였다.

자연스레 땅값은 치솟았고 캄보디아에는 벼락부자가 대거 나타났다. 앙코르 와트로 유명한 씨엔립의 경우 2005년 말 도심 땅값이 3.3㎡당 3만원선이었지만 2008년 초 3.3㎡당 30만원선으로 올랐다. 2년새 10배가 뛴 것이다.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놓은 사실 때문일까. 국내 업체들이 캄보디아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캄보디아에서 교육관련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영그룹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제안으로 졸업식 문화가 없는 캄보디아에 졸업식이 생길 정도다. 이 회장이 캄보디아를 방문할 때마다 부총리가 영접을 나올 만큼 대우도 국빈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꼭 좋은 영향만 미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가 휘청거리면서 캄보디아 부동산 경기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캄보디아 내 부동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땅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가 발전해 맨발로 1달러를 구걸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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