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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주민도 받는 기초노령연금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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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나라당이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4일 국회에서 서민예산 당정협의회 첫 회의 후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 5%(9만1200원)인 기초노령연금의 상당한 인상이 필요해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다만 기초노령연금은 소득하위 70%(367만 명)에게 지급하는데 연금을 일정한 수준까지 인상하면 지급 대상자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우선 내년에 노령연금 지급액을 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 6% 선으로 올리고(인상률 20%), 현재 연금을 받는 사람은 손대지 않고 새로 65세가 되는 노인에 한해 최저생계비의 150%(1인 가구 기준 80만원) 미만인 경우에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금액을 올리려는 이유는 기초노령연금법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법은 현재 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5%(9만1200원)인 기초노령연금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로 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대로 연금액을 인상하면 올해 3조8000억원의 예산(지방비 포함)이 2028년에는 26조원으로 늘어난다.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된다.

 더구나 대상자가 노인 10명당 7명에 해당하는 하위소득 70%에 이르다 보니 받지 않아도 될 노인들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타워팰리스 거주자 56명,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거주자 18명이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는 고쳐야 한다며 대상자 구조조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노인이 될 사람들은 소득(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각종 연금 포함)이나 재산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선정기준(소득·재산 기준)을 만들지 않고 하위소득 70%로 규정한 게 지금 와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대로 대상자 선정 기준을 하위소득 70%에서 최저생계비의 150%로 바꾸면 전체 노인의 54% 정도만 대상자가 된다. 비율은 70%에서 54%로 줄지만 대상자의 절대수는 계속 증가한다.

반면 민주당은 대상자를 하위소득 80%로 더 늘리자고 맞선다. 또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게 아니라 내년부터 1%포인트 올려 2016년에 10%가 되게 하자고 주장한다.

 수혜자들인 노인들은 대체로 민주당 입장에 동조한다. 본지가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탑골공원에서 11명의 노인을 인터뷰한 결과, 9명이 연금을 즉각 올리거나 대상자를 넓혀야 한다고 답변했다. 2명은 재정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인천시 유팔봉(87) 할아버지는 “노령연금이 이발비와 버스교통비도 안 돼. 20만원은 돼야지”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은평구 최윤호 (75) 할아버지는 “욕심대로 달라고 하면 안 되지. 국가도 재정이 있는데. 나이 기준(65세)을 70세로 올려야 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신용호 기자, 윤지원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기초노령연금=하위소득 70% 노인에게 월 9만1200원(부부는 14만5400원)을 지급한다. 자식의 부양능력을 따지지 않는다. 2007년 국민연금을 개혁할 때 세트로 도입됐다. 모든 노인에게 월 13만~30만원을 지급하자는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주장을 타협해 만든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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