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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 알아야 재미있다] 볼트와 파월, 동시에 들어온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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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 골인 순간의 사진판독 장면. 1위 우사인 볼트(9초69)가 압도적인 우승을 한 반면 2위 리처드 톰슨(트리니다드토바고·9초89)과 3위 월더 딕스(미국·9초91)는 0.02초 차로 메달 색깔이 결정됐다. [오메가 제공]


만약 8월 말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이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한다면 어떻게 될까.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육상 단거리 경기에서 두 선수가 결승선에 동시에 골인하는 일은 실제로 가끔 일어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100m 결승에서 셰런 심슨(자메이카)과 케런 스튜어트(자메이카)는 1위로 골인한 셸리-앤 프레이저(자메이카)에 이어 10초98의 기록으로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100분의 1초까지 같은 두 선수는 1000분의 1초까지 구별하는 사진판독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해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00m 결승에서도 베로니카 캠벨(자메이카)과 로린 윌리엄스(미국)가 11초01에 동시에 골인했다. 하지만 사진판독에서 캠벨이 윌리엄스를 1000분의 1초 차이로 이겨 금메달을 땄다.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110m허들에서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와 데이비드 올리버(미국)는 13초09로 나란히 들어왔고 사진판독 결과 로블레스가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100분의 1초로도 순위를 가릴 수 없는 사례가 나오면서 IAAF는 2003년부터 사진판독으로 1000분의 1초까지 구별해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사진판독은 ‘미세 분할 비디오 시스템’ 방식으로, 한 동작을 잘게 쪼개서 본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사진판독은 1초당 2000장의 사진을 찍는다. 일례로 100m 경기를 10초간 찍는다면 총 2만 장의 사진이 찍힌다. 이렇게 하면 1㎝ 거리별로 2장의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1000분의 1초까지 구분 가능하다.

 기록은 스타트 전자총 발사와 동시에 센서로 연결된 전자시계가 계측한다. 2007년 국내 대회에서 육상 100m 한국기록 경신을 발표했다가 전자총 감응 시스템이 오작동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촌극으로 무효가 된 바 있다.

 100~400m까지 단거리 종목에서는 스타팅블록을 사용한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0.1초 이내에 스타팅 블록에서 발이 떨어지면 부정출발로 간주된다. 스타팅 블록에 이를 계측하는 장치가 연결돼 있다.

 1900년대 초창기에는 기록원 세 명이 동시에 계측해 두 명 이상이 계측한 기록이 같으면 공인 기록이 되고, 세 명 모두 다르면 중간 기록으로 인정했다. 자동계측 초창기에는 기록원이 출발 신호를 보고 전동시계를 작동시켰다. 지금은 스타트 전자총과 스타팅블록에 센서가 연결된 첨단 장비가 사용된다.

 한편 육상경기의 계측 장비는 세이코와 오메가의 2파전이다. 세이코는 2년 전 베를린 대회에 이어 대구 대회에서도 공식 후원업체다. 오메가는 베이징 올림픽 후원업체였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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