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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CEO는 노랑머리 J아저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이세상을 바꾸듯이 게임 또한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1996년 4월,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이하 바람)를 개발해 주목 받고 있는 젊은 벤처사업가 김정주(32) ㈜넥슨 사장은 회원수 120만명의 ''퀴즈퀴즈(www.quizquiz.com)''가 ''바람''에 이어 또 다시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게임''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어른들에게 게임은 시간 날때나 하는 단순한 오락에 불과하지만 청소년에게는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이라며 "어른들이 딱지치기, 구슬놀이 등을 통해 옛 시절을 돌아보는 것처럼 이제는 게임이 중요한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튀는 회사분위기, 튀는 게임

노랗게 물들인 머리, 해맑은 미소, 수줍은 듯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자기주장. 마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같은 이미지로 기자 앞에 나타난 김 사장은 2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한 기업의 CEO라기 보다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소년 같다는 느낌. 말쑥한 정장차림의 대부분 CEO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유스러움과 독창성이 연 매출 100억 규모의 넥슨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한다.

"이런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게 바로 넥슨입니다. 직원들도 이런 제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원중에는 머리를 붉게 물들인 사람도 있고, 저를 ''J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유스런 사고와 행동에서 남과 다른 아이디어와 독특한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99년도 넥슨 최고의 ''황당한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한 김 사장의 ''노랑머리'' 사건은 넥슨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 좀더 자유스럽고 활기찬 분위기를 위해 사장이 직접 이런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넥슨에는 그 흔한 보고서나 사장 결재라는 용어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것이 이메일을 통해 업무처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개의 결정도 팀장이 직접하고 있다. 그야말로 생각의 속도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유행보다는 넥슨의 방식으로"

"게임시장은 미개척 분야가 많습니다. 문제는 남과 다른 제품을 보다 빨리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회사들이 가격경쟁을 통해 저희를 몰아 부쳐도 저희가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우리는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다건너편에서는 콘솔게임으로 일컬어지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와 마이크로 소프트의 ''X-박스'' 등 차세대 게임기들이 속속 선보이면서 게임시장은 심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러한 게임산업의 세계적 흐름 앞에서도 넥슨 특유의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휴대폰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은 단순한 전화 기능에서 벗어나 인터넷 검색, 쇼핑은 물론 게임을 위한 단말기 역할까지 톡톡히 해 낼 것입니다. 더욱이 휴대폰은 PC나 콘솔용 게임기에 비해 보급율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고 공간적 제약 없이 언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휴대폰용 게임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리라 예상됩니다. 이미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멀티플레이 게임을 시범서비스 한 것을 시작으로 매달 새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며, 곧바로 일본어 및 영어로 번역 출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 완료하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바람''의 영문 버전 ''NEXUS''는 상용화 반년만에 매출 30만불을 달성했으며, 프랑스의 게임회사 ''유로센터''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등 자체 개발한 온라인 게임이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해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미주 지역 이용자들의 기호를 고려해 개발한 ''다크 에이지''(국내 이용자 60만명)가 프랑스와 일본 싱가폴에서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저희는 단순히 한국에서 히트한 게임을 해외에 그대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모두 현지인을 채용, 그 나라 문화에 맞게 재작업 하는 현지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지 유통사와의 계약을 통해 한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단순 유통하는 방법으로는 ''게임'' 시장에서 결코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봅니다. 게임은 일종의 문화산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지인이 적극적으로 참여, 현지에 맞는 타이틀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문학전집처럼 오래가는 게임 만들고 싶어"

이처럼 넥슨의 성공요인을 말하는 김사장 자신도 어려움이 있음을 털어놓는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최초의 인터넷 퀴즈 게임 퀴즈퀴즈, 세계 최초휴대폰용 멀티플레이 게임 상용화…이렇든 저희 넥슨은 항상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는 보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늘 수반되기 마련이었으며 ''한국'' 시장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시장 진출에 조금씩 리드타임(Lead Time)이 들어가고 이것을 계속 줄여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약력*1968년 서울 출생*1991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1992년 GUI Consortium Project 참여*1994년 KRNIC 근무*1994년 세계 최초 그래픽 머드게임    "바람의 나라"개발 착수*1994년 12월 주식회사 넥슨 창립*1997년 ㈜넥슨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법인 설립*1999년 4월 프랑스 게임시장 진출*1999년 11월 일본 현지법인 설립업계 정상을 유지하며 새로운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도전과 창의로 뭉친 넥슨의 활약은 계속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게임타이틀을 개발하는 일은 예술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희가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돈을 받고 게임을 만들면 창의성이 죽습니다. 자본 때문에 저희들의 개발에 대한 열정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꺼내 읽는 문학전집처럼 잊혀지지 않는 게임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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