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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프로야구] 2. 구단 운명 용병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용병 2명이 잘하면 한국시리즈 진출, 1명만 잘해도 플레이오프 진출'

지난해 프로야구 각 팀 성적은 용병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홈런 45개를 친 다니엘 로마이어와 30도루-30홈런을 기록하며 펄펄 난 제이 데이비스를 보유한 한화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에밀리아노 기론과 펠릭스 호세가 투타에서 맹활약한 롯데는 전년도 꼴찌에서 준우승팀으로 비약했다.

찰스 스미스가 제몫을 해낸 삼성이나 타이론 우즈가 그런대로 활약한 두산 역시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쓸만한 용병이 없었던 LG, 현대, 해태, 쌍방울은 하위권으로처졌다.

올해 역시 2명의 용병이 크게 활약해주는 팀이 상위권 진입과 한국시리즈 진출을 바라볼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올 시즌 용병 판도의 특징은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의 대거 수입과 '토착 용병'과 '신규 용병'의 대결 구도.

8개 구단이 계약을 마친 16명의 용병 가운데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는 무려 8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메이저리그 경력 16년에 리그 타격왕까지지낸 훌리오 프랑코(삼성)와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뛴 에디 윌리엄스(현대).

삼성은 프랑코의 가세로 이승엽-스미스-김한수-김기태 등의 강타선에 한층 무게가 더해졌고 현대는 윌리엄스와 역시 메이저리그 출신 토머스 퀸란이 98년 우승 당시 짭짤한 성적을 냈던 스코트 쿨바만큼은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가 새로 영입한 에드워드 우드와 투수인 데니 해리거(LG), 마이크 파머(두산)도 한국무대에서 화려한 데뷔를 꿈꾸는 유망 용병들이다.

우드는 정교한 타격 솜씨로 시범경기에서 연일 안타를 쏟아내고 있고 해리거와 파머 역시 정확한 제구력으로 지금까지 한국 무대를 밟았던 용병 투수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들 신입 용병에 맞서는 '토착 용병'의 선두 주자는 로마이어와 데이비스, 그리고 우즈(두산)와 기론.

로마이어와 우즈는 이승엽과 홈런왕 타이틀을 다툴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고 있으며 데이비스는 타격과 수비, 주루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만능선수인데다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져 더 나은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부터 선발투수로 돌아서는 기론 역시 시범경기를 통해 한결 향상된 구위를보여줘 돌풍을 예고했다.

이밖에 작년 40개의 홈런을 쳤던 삼성의 스미스도 필사적인 겨울 훈련과 프랑코의 가세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2년차 용병의 매운 맛을 보일 태세다.

대부분 메이저리그 출신인 신규용병들은 저마다 본바닥 야구의 진수를 보이겠다고 장담하고 있고 토착 용병들은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력을 무기로 전의를 불태우고있다.

그러나 현대에서 쫓겨난 에디 피어슨과 베네주엘라 출신 호세 말레이브를 새로입단시킨 해태나 네덜란드가 고향인 헨슬리 뮬렌과 트리플A 출신 타이론 혼을 데려온 SK는 용병들의 기량이 다소 처져 상위권 진입이 버거운 처지.

다만 이미 3년째를 맞은 용병시대를 통해 '용병의 실력은 얼마나 한국 야구에적응하느냐에 달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각 구단은 한해 내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khoon@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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