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좌측통행의 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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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홍콩.호주.일본 등지에 가면 자동차들이 우리나라와 달리 좌측 통행을 한다.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다.

이런 나라에서 운전하다보면 무심결에 우측 통행에 익숙해진 운전 습관들이 튀어나와 반대 차선으로 달린다든지 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들 나라에서 차들이 좌측 통행하는 이유는 뭘까. 역사가들은 차가 발명되기 한참 전인 중세 시절 영국의 기사(騎士)나 일본 사무라이들의 통행 관습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국 중세 기사들은 오른손에 창을 들고 말을 몰아 좌측으로 달리면서 우측에서 오는 적을 공격하는 기마법(騎馬法)을 발전시켰다. 이 관습에 따라 마차들도 자연히 좌측 통행을 했고, 자동차도 이를 따르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사무라이들도 비슷한 통행 관습을 갖고 있었다. 좌측 옆구리에 칼을 차고 다녔던 사무라이들은 우측으로 걸을 경우 마주오는 사무라이의 칼과 자신의 칼이 맞부닥치게 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좌측 통행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의 정복자 나폴레옹은 영국 기마법을 역으로 이용, 우측에서 좌측으로 공격하며 연승했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정복하자 영국과 그 일부 식민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프랑스의 기마법을 따르게 됐고 이것이 마차와 자동차의 우측 통행법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좌측 통행용 차량의 메카니즘은 우측 통행용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운전장치만 오른쪽으로 옮겨져 있을 뿐이다.

단지 기어 레버를 왼손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것, 좌측 통행 차선을 따라야 한다는 것,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 대신 우회전 신호가 있다는 것 등에 익숙치 않으면 종종 실수할 수도 있다.

우측 통행 국가에서는 좌측 통행용 차가 장기 운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반대 방향 통행 국가에 차를 팔 때에는 그 나라 사정에 맞는 형식으로 차를 개조해 수출해야 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1970년대말 일본에서는 한때 통행법을 우측 통행으로 전면 개정하자는 여론이 일었었으나 '전통' 을 지켜야 한다는 대세에 밀려 사그라든 적이 있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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