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딸 살해 전 육군중령 한인 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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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로턴 소재 자택에서 양딸 현(13)과 부인 조이 자현(47)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전 육군중령 켄스턴 이(50)씨에 대한 공판이 지난 19일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페어팩스 검찰은 “이씨의 범행은 의도적이며 두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이 분명하다”고 배심원들에게 설명했다. 이씨에게 적용된 두 개의 1급 살인 혐의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변호인 앤드류 엘더스는 이씨가 정신적으로 몹시 피폐함을 보여주는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며 “이씨는 정신 질환 때문에 직장에서 쫒겨나는등 극복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고 변호했다.

변호인은 “이같은 크나 큰 고통을 가족이 벗어나는 길은 그들을 살해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패어팩스 카운티 경찰이 범행 동기 등 수사 과정에서 녹음한 증거 자료도 제출됐다. 이씨는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 난 벌받아 마땅하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엘더스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씨는 ‘귀신이 자신의 귀에 속삭인다’고 말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범행을 저질렀을 때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었다고 변론했다.

WP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딸에게 마사지를 해준다고 눕게 해 3파운드 덤벨로 딸을 때려 숨지게 했다. 변호인은 이씨과 딸을 살해하면서 “아빠가 미안하다. 예수님에게 보내줄 게”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딸을 죽인 후 이씨는 2층에 있던 부인에게 올라가 15파운드 덤벨로 죽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씨가 딸의 목을 덤벨로 내려칠 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고 15파운드 덤벨로 부인을 죽일 때도 마찬가지”라며 1급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범행 후 자신의 애완견 ‘해피’를 차에 태워 몇 시간을 운전하며 자살할 장소를 찾았다. 이씨는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범행에 사용된 덤벨을 우드브릿지의 오코콴 다리에서 던져 버렸으며, 이후 인근 고등학교로 가 10여 알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에 실패한 이씨는 포트 벨보어 육군 기지의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의사한테 “나를 죽여달라. 내가 아내와 딸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이씨의 자살 시도는 체포 이후에도 계속되어 유치장 철제 문에 자해, 두 군데의 목뼈가 부러졌다고 변호인은 밝힌 것으로 WP는 보도했다.

변호인은 “이씨는 가족을 사랑했고 한인 커뮤니티의 영웅이었다”며 “너무 아팠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 정신질환은 누구한테나 올 수 있는 현실을 이해해달라”고 배심원에 호소했다. 이씨의 유죄 여부는 조만간 배심원 평결로 결정하게 된다.

송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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