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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 권혁, 이번엔 200억대 비자금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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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세청으로부터 사상 최고액인 4100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한 선박회사 ‘시도상선’ 측이 대형 보험업체들과 손해보험계약을 맺으면서 수십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시도상선은 또 대형 조선업체들과 선박건조 계약을 맺으면서도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 조성에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사가 해외에 리베이트 관리를 위한 전담회사까지 설립해 운영했고 리베이트 관련 비자금 규모를 200억~300억원대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21일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61·사진) 시도상선 회장의 동서 박모씨 등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선박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금의 5%가량을 리베이트로 돌려받은 단서를 확보했다. 선박보험은 선체보험이라고도 하며 해운업체들이 선박 파손 등 피해를 볼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해상(海上)보험의 일종이다. 선박 가격이 비싼 만큼 보험가액도 상당히 높다.

 검찰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07년 90여 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던 시도상선은 600만 달러(63억원 상당)가량의 보험료를 보험사들에 지급했다. 또 2008년엔 800만 달러(84억원 상당), 2009년 1300만 달러(137억원 상당) 정도를 보험료로 지출했다. 사세가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보유 선박 숫자가 150여 척으로 늘어난 지난해에는 보험금 액수만 2000만 달러(211억원 상당)에 육박했다. 검찰은 이처럼 시도상선의 지난 4년간 보험금이 5000만 달러(527억원 상당)에 가까운 사실을 확인, 이 기간 중 리베이트 총액만 20억~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국내 대형 손해보험 업체 3곳과 일본 업체 한 곳, 보험사와 해운업체를 연결해주는 영국의 보험중개업체 2곳이 시도상선과 선박보험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또 시도상선이 해외에 ‘뉴브리지’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선박 건조 대금의 1% 정도를 이른바 ‘신조(新造) 커미션’으로 받아 관리해 온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시도상선이 2008년 현대미포조선과 4만7000t급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면서 15만 달러(1억5800만원 상당)의 커미션을 받아 뉴브리지에 입금하는 등 최근까지 국내외 조선업체들로부터 거액의 선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시도상선의 보유선박이 175척인 점을 감안할 때 신조 커미션이 2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 위해 20일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STX조선해양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만간 보험·조선업체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 뒤 권 회장을 직접 불러 보험, 선박 건조 리베이트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그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도상선 관계자는 “보험리베이트는 지난해 초까지 시도상선 서울사무소 상무로 일하던 박씨가 주도적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권 회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박 건조 리베이트에 대해서도 “조선업체의 경우 관행적으로 선박발주업체에 1% 정도의 커미션을 준다”며 “이는 선박건조계약서상에도 명시돼 있고 회계처리도 정상적으로 돼 있는 돈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석·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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