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후원 프로젝트] ⑤ ‘종이접기 신’ 가미야, 도쿄로 이인성 초청 ‘멘토’ 화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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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종이접기문화원인 ‘오리가미 하우스’에서 지난 11일 가미야 사토시(오른쪽)와 이인성군이 만났다. [김효은 기자]


종이로 꿈을 접는 두 남자가 손을 맞잡았다. 예민한 감각과 고도의 인내력이 깃든 손이다. 한 명은 일본 종이접기의 신으로 불리는 가미야 사토시(30·神谷哲史), 또 다른 사람은 제2의 가미야를 꿈꾸는 이인성(16·신태인고 2년)군이다.

 일본 도쿄의 종이접기문화원인 ‘오리가미 하우스’에서 지난 11일 만남이 이뤄졌다. 이군이 멘토를 요청하자 일본에서 이군을 초청한 것이다. ▶<본지 7월 11일자 20면>

 가미야와 악수를 하는 이군의 손이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작은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청년 가미야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혼자 작품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2세 때 처음 종이접기를 시작해 독학을 하다가 13세 때 일본 종이접기협회에 들어갔다. 1999년부터 TV 챔피언 종이접기왕 선수권에서 4년 연속 우승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가로·세로 3m의 종이를 무려 2년에 걸쳐 접어 ‘류진(황룡)’이란 작품을 완성했다.

본지 7월 11일자 20면.

 이군은 가미야에게 종이접기 과정과 실패에 대해 물었다.

 - 곤충, 동물, 신화 속 캐릭터 등 선생님의 작품은 정말 복잡해서 따라 접기가 힘들어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시나요?

 “먼저 접고 싶은 것을 정하면 머릿속에서 한번 접어봐요. 용을 접더라도 나만의 용을 상상하는 거죠. 그리고 접어놨던 작품에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요. ‘류진’을 접기까지도 2년이 걸렸는데, 곤충→뱀→도롱뇽에서 발전한 것이죠.”

 - 저는 종이를 접다가 실패하면 잠이 안 와요. 선생님은 실패해서 좌절한 적 없으세요?

 “늘 실패하죠.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돼요. 한 작품을 접다가 실패해 다른 작품을 시작했는데 1년 후에 실패했던 작품을 이어서 접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큰 밑거름이 된 셈이죠. 포기하더라도 ‘이것밖에 못 접었네’가 아니고 ‘이만큼이나 접었네, 내일 또 접자’고 생각합니다.”

 이군은 이날의 만남을 위해 한국에서 가미야의 작품을 접어 갔다. 평가를 부탁하자 “남의 작품은 잘 평가하지 않는데…”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꼼꼼히 살폈다. 그는 “완성도는 높은데 본인의 창의성을 첨가하라”고 했다. 발톱 모양 하나라도 본인의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 여러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

 “아무리 간단한 작품이라 해도 다 애착이 갑니다. 어떤 작품이든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에 소중하죠.”

 이군은 “하루 종일 종이만 접을 것 같은데 여가시간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작품활동을 해 온 가미야는 책 보기, 자전거 타기, 비디오 게임 등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생체리듬을 조절한다고 했다. “종이를 접을 땐 하루 종일 접고, 쉴 때는 하루 종일 쉬어요. 외로운 작업이기 때문에 강약을 조절하면서 자신의 삶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리가미 하우스를 나서는 이군은 “대박이었어요!”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 보인다”고 했다.

도쿄=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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