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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코리아닷컴 관문 '학동리'

중앙일보

입력

경남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240의1.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서있는 한국통신 거제 해저중계국. 우리나라와 유럽을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잇는 '전자 비단길' 의 출발점이자 우리나라를 드나드는 인터넷의 관문(關門), '코리아닷컴(KOREA.COM)' 이 시작되는 곳이다.

지난 9일 국제 해저광통신망인 '시미위(SEA-ME-WE)3' 가 개통되며 닷컴의 출발점 거제가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시미위3는 1997년 한국통신을 비롯해 아시아.유럽의 63개국 92개 업체가 15억달러를 들여 33개국을 연결하도록 건설한 초고속 정보통신망. 지난 98년 네 가닥으로 구성된 통신망인 '플래그(FLAG)' 가 개통돼 유럽과 통신망이 연결됐으나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용량이 모자라 서둘러 개통한 것이다.

지하 2층 국제해저운영실의 광케이블 통신구. 큼직한 자물쇠로 출입구가 닫혔고, '국가보호시설' '관계자외 절대 출입금지' 팻말이 있다. 문을 열자 대나무 굵기로 검은색 피복재에 싸인 광케이블 여섯 가닥이 바닷속으로 뻗어 있다.

운영실에는 또 플래그와 시미위3에 연결된 최첨단 교환시스템 20여대가 '웅' 하는 기계음과 함께 연신 노란 불빛를 깜빡이고 있다.

이를 체크.조정하는 중대형 컴퓨터 앞에선 직원들이 인터넷 데이터 현황을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광통신망 운영요원 박문수(朴文洙.29)씨는 "1천만명이 넘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안방에서 보내는 수많은 데이터들이 서울~부산 등 초고속 대동맥을 지나 이곳 학동리에서 출발해 전세계로 향한다" 고 말했다.

네트워크 본부의 전병섭(田炳燮.51)국제통신팀장은 "이번에 개통된 해저케이블은 길이가 3만9천㎞로 세계에서 가장 길며, 초당 A4용지 2백50만장 분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정도로 용량이 크다" 고 소개했다.

한국통신측은 "속도와 통화품질 향상은 물론 회선에도 여유가 생겨 당분간은 인터넷 트래픽 걱정이 없다" 고 밝혔다.

김수만(金壽萬.45)중계국 소장은 "그동안 회선을 빌려 썼지만 이번에 우리가 지분 참여한 케이블이 개통됨으로써 비로소 우리 집을 갖게 된 격" 이라며 "이제 비로소 21세기 '정보화 대동맥' 의 심장을 갖게 됐다" 고 말했다.

중계국이 위치한 학동리의 진선우(陳善佑.44)이장은 "마을에서 시작되는 통신케이블이 중국.필리핀.인도.호주.이집트.프랑스.영국까지 간다고 들었다" 며 "인터넷은 잘 모르지만 정보화시대에 이곳이 국가 핵심지역으로 주목받는다는 게 흐뭇하다" 고 말했다.

이 마을에 사는 강현아(姜玄娥.8.계룡초등1년)양은 "한국통신 아저씨들이 곧 집에 있는 컴퓨터에 초고속인터넷망을 연결해 준다고 했다" 며 자랑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거제를 비롯해 부산.제주.태안 등 4곳에 코리아닷컴의 관문국이 있고, 모두 3만8천3백10회선(8만5천6백80㎞)의 국제 해저광통신망이 연결돼 있다.

거제에서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동맥이 시작되고, 나머지 지역에서 일본.미국.중국.러시아 등으로 이어진다.

올 연말에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직접 연결하는 또 하나의 해저 광케이블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전세계를 아우르는 초고속망이 비로소 완결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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