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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중국이 한국에 물었다 “영리병원 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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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베이징대 의대를 졸업한 후리중(왼쪽) 베이징아이 얼인텍안과 병원장이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베이징아이얼인텍안과병원 제공]

“자본주의 한국에 영리병원(한국의 투자개방형병원)이 왜 아직 없나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17년 전 도입했는데….” <관계기사 4, 5면>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에서 골동품 거리로 유명한 판자위안(潘家園) 소재 베이징아이얼인텍(愛爾英智) 안과병원 리쥔(李俊) 경영담당 간부는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캐나다에서 온 의사 피터 셰(謝·29·대만 출신)도 “대만에도 영리병원이 허용돼 있는데 한국에 왜 없냐. 진짜 없냐”고 몇 차례 물었다. 이 병원은 중국의 대표적인 영리병원이다. 모기업은 아이얼안과병원그룹이다. 중국에는 이런 영리병원이 7000여 개(병상 40만 개) 있다. 2009년 10월 ‘차스닥(중국판 코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創業版)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병원 1호다. 전국에 35개 체인 병원을 갖고 있다.

 1층 접수실에 10여 명의 환자가 있다. 외국인도 눈에 띈다. VIP실에 들어서자 특진 환자가 진찰을 받고 있었다. 한국 교민은 “중학생 딸의 콘택트 렌즈에 염증이 생겨 왔다”며 “입소문을 듣고 처음 왔는데 좀 비싸지만 시설과 서비스는 괜찮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40여 명의 의사가 하루에 300명을 진료한다. 100명가량은 외국인을 포함한 VIP 환자들이다. 베이징 주재 40여 개 대사관 지정 병원이다.

 지난 1일 병원에서 만난 중국인 장윈빈(77) 할머니는 “안저출혈 수술을 두 번 받았는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올 초 대표적인 비영리 병원인 퉁런탕(同仁堂)병원에 갔으나 ‘관시(關係·개인적 인맥)’가 없어 등록이 어렵고 의사 찾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 장 할머니는 “베이징 의대를 졸업한 후리중(胡力中) 원장이 수술을 했다. 간호사들도 친절하고 알아 듣기 쉽게 용어를 설명해 줬다”고 말했다.

 35개 체인 병원 중 베이징병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6000만 위안(약 99억원). 매년 30%가량 성장하고 있다.

이익은 매출의 약 20%(약 120만 위안)이며 이익의 약 25%를 소득세로 냈다. 한 직원은 “서울의 유명 안과병원이 갖춘 첨단 장비는 대부분 다 갖췄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경력 10년의 여의사 우윈옌(吳云艶)은 “모든 의사들이 영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병원의 64%는 비영리공립이고 나머지는 영리병원이다. 1994년 국무원(중앙정부)의 ‘의료기구관리 조례’에 따라 민간 영리병원이 도입됐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전문가(위생부 간부 출신)는 “2006년 이후 당과 정부가 사회자본의 의료 분야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며 “비영리 공립병원을 주체로 하되 민간 영리병원을 함께 발전시켜 다원화된 의료 서비스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위생부 천주(陳竺) 부장(장관)은 “비영리 공립의원은 광범위한 전체 국민의 의료 수요를 만족시키고, 차별화된 고급 의료 서비스는 영리병원이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경영담당 간부 리쥔은 “영리병원은 환자의 병원 선택 폭을 넓히고, 공립병원의 서비스를 자극하며, 세금을 내고, 병원을 선진화하며, 투자자에게 이익을 주는 장점이 있다”며 “모두가 이익을 보는 ‘둬잉(多贏)’ 시스템이 아니냐”고 말했다. 다자간 윈-윈(multiful win-win)이라는 것이다.

 그는 “환자로부터 선택받아 생존하는 적자생존의 시장 원리가 중국 의료계에 가동되고 있다”며 “영리병원의 최대 과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원가 절감 노력을 해 진료비를 할인하기 때문에 일부 진료 분야는 비영리병원보다 오히려 싸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은 모범 노동자와 빈곤 가정 100명을 매년 선정해 무료로 백내장 수술을 한다. 리쥔은 “우리의 목표는 국제화된 의료 수준을 갖춰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며 그런 전략을 지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얼안과병원그룹=1997년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천방(陳邦)과 리리(李力)가 공동 설립한 아이얼안과가 모태다. 두 사람은 각각 지분 17.8%와 5.6%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후난(湖南)아이얼의료투자공사로 4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상·건설·중국·교통은행 등 쟁쟁한 국유은행 산하의 펀드들이 주주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첸나이=강신후 기자, 베이징·방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윤지원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중국 영리병원 개요

●1994년 ‘의료기구관리 조례’ 제정해 도입
●병원 64% 비영리공립, 36%는 영리병원
●영리병원 7000여 개(병상 40만 개)
●2009년 10월 아이얼안과병원그룹 최초 상장
- 35개 체인 중 베이징병원 매출만 지난해 6000만 위안(약 99억원), 매년 30%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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