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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속도로 일하기

중앙일보

입력

"''할 수 있는 이유''와 ''할 수 없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반반씩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서 과감히 도전해야 할 것이다. "

1986년 스미토모 은행 부사장에서 아사히 맥주 사장으로 취임해 「슈퍼드라이」의 대히트로 회사를 재건시킨 히구치 히로타로이가 1992년 회장으로 취임하며 꺼낸 말이다.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해서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의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의 첫번째 조건이다. ''전례가 없다, 그러므로 한다'' 아사히 맥주를 재건하는 데 있어 그가 모토로 사용한 말이다.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특별한 인연이나 감정을 가진 적도 없지만 지금 윈도우를 통해서 일을 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없음을 모두에 밝히며 아무런 편견 없이 이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란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이번에 새로이 내놓은 운영체제인 윈도 2000은 디지털 시대의 지식인이 일하는 도구로서 훌륭하다. 지식근로자의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은 물론 개인기업(Personal Enterprize)을 지원하는 첫번째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발표된 95,98 유닉스와 리눅스 등의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들은 디지털 시대가 몰고오는 혁명적 변화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한 많은 프론티어에게 있어 훌륭한 파트너 였다.

그러나 이렇게 따로 사용되는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들은 독립된 일을 하는데 있어 보조 수단이었지 핵심은 아니었다. 핵심은 서버에 있었다. 서버라는 개념이 기술분야에 있는 사람에겐 전혀 새로울 것이 없겠으나 ''할 수 있는 이유"를 찿는 경영분야에 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컴퓨터가 바로 비지니스 센터로 동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생각의 속도로 비지니스가 일어나지 않을까 ? 그것에 대한 유력한 답의 하나는 정보통신 기술이 암묵적으로 감춰져 왔기 때문이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클라이언트 서버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TCP/IP, Portal, Firewall, ERP, ASP, WAP, XML, UMS...등등의 날마다 새로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개념과 용어로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러한 기술과 개념을 정보통신분야의 사람들이나 신경써야 하는 일 쯤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경영측면에 있는 사람들의 실수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이 운영체제는 이분법적으로 한쪽으로만 사고하는 사람들의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생각의 속도로 비지니스가 일어날 첫번째의 운영체제가 되기에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정보통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아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데서 일어 난다는 것을 믿는 필자로서는 오히려 경영쪽에 있는 사람들의 눈 뜨임도 무시 못할 것이라고 본다.

생각의 속도로 일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불필요한 것을 빼면 된다. 옳게 일하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것을 빼는 작업에 능숙한 사람이다. 생각의 속도로 일한다는 것은 그동안 병목으로 있던 빠져도 되는 프로세스를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다. "전례가 없다. 그러므로 한다"는 이때 가장 절친한 동반자가 된다.

그래서 업계의 강자 선마이크로 시스템즈의 작년 오피스프로그램의 무상배포에 이은 운영체제 소스코드공개가 신선하게 들려온다. 어차피 인간의 삶이, 그리고 인터넷과 디지털로 재편되는 새로이 시작하는 모든 비지니스는 벤처가 아닌가 ?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 윈도 2000을 쓰게 되면 기획설계를 한 다음 이를 다시 웹으로 구현해 줄 사람에게 하나하나 이해 시키지 않아도 된다. 이미 쓰고 있는 오피스프로그램은 대부분 바로 웹으로 변환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것 같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갖는다. 인터넷 경제의 핵심인 변화속도 경쟁에서 의지의 속도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윈도 2000을 쓴다는 것은 서버라는 이름으로 구석방에 꼭꼭 감춰두거나 포장해 놓고 성역시 되던 그 비지니스의 핵심도구가 일반인의 탁상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 지식을 축적해 구축해 놓은 온갖 파일구조와 분류 디렉토리가 바로 웹 서버란 이름의 비즈니스센터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그동안 리눅스의 약진에서도 감지 되었으나 현실화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생각해보자. 이제껏 오피스프로그램과 윈도 운영체계를 알고 있는 일반인이 리눅스를 이해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이것은 어쩌면 고문 일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해서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생존능력은 디지털과 인터넷에 의해 재편되는 앞으로의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의 첫번째 조건이다.

디지털과 인터넷의 도구를 이용해서 읽고 쓰고 말하는 기본 능력인 디지털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가진 사람은 디지털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엊그제 같은 바로 10년전, 인터넷이 개통 되던 때에 만난 가슴 떨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설레임과 흥분이 일어난다. 그래 이제야 인터넷과 디지털경제가 대폭발 직전의 임계질량에 달한 것이야 ! 디지털 경제의 임계질량에 던져진 가벼운 충격 윈도 2000 !

한달전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그를 10년을 유닉스로 다져온 무서운 실력의 소유자로 인정한다. 그가 윈도 2000에 오피스 2000을 깔았다고 했다. 행복하더라고...

저지르는 만남은 안해본 것 보다는 이익이 될 것이다. 이번 주말엔 아들놈을 데리고 오랫만에 아날로그 CD를 사러 세상으로 나가봐야 겠다.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낸 디지털리언들은 흥분으로 밤을 지샌다.

글 : 김양욱 삼성인력개발원 HRD 컨설팅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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