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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BBC필 … 서울 안 가도 구미서 볼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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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북 구미시 형곡동 구미시립도서관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만 보는 바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구미시는 2007년부터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해 모든 시민이 함께 읽는 ‘한 책 하나 구미 운동’을 하고 있다. 구미시는 1인당 도서관 장서 수와 열람석 수에서 전국 1위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남유진 구미시장

경북 구미시는 내륙에 들어선 최대 산업도시다. 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5개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산업단지 면적만 41㎢에 이른다. 인구는 해마다 늘어 40만 명을 넘어섰다. 공장이 많다 보니 그늘도 드리워졌다. 시민들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미의 상징으로 ‘굴뚝’ ‘공장’ ‘회색’을 꼽는다.

 이런 구미가 변하고 있다. 산업도시에다 문화의 기운을 불어넣는 접붙이기에 나선 것이다. 클래식 공연과 도서관 분야 등은 이미 전국 최고 수준에 올랐다.

 구미시 문화예술회관은 3∼4년 전부터 지방을 대표하는 클래식 명품 공연장으로 유명해졌다. 지휘자 샤를 뒤투아가 이끄는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영국 BBC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이곳을 찾았다. 지방도시로는 유일하다.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한국명 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등도 거쳐갔다. 구미 공연 때는 인근 대구·울산은 물론 광주에서도 매니어들이 찾는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경제는 자리잡은 만큼 문화·교육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게 산업도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명품 공연은 1인당 지역총생산(GRDP) 5만3000달러 도시의 눈높이에 맞춘 상징적인 기획이다.

 구미의 변신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의 7세대 공장이 파주로 이전하면서 지역에 충격을 던졌다. 구미의 문화시설과 교육시설이 빈약하다는 말이 나왔다. 구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구미는 성리학의 기초를 놓은 야은 길재, 점필재 김종직과 가깝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낳은 인재의 고장이었다. 남 시장은 산업도시의 생존방법으로 문화도시의 밑그림을 그렸다. 곳곳에 도서관을 짓고 책을 구입했다. 6곳 도서관에 장서만 77만 권이 됐다.

구미시는 한국도서관협회의 최근 조사에서 1인당 장서(1.87권)와 열람석 수(5550석)에서 전국 최고로 나타났다. 책 하나를 선정해 시민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한 책 하나 구미 운동’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시민들이 실학자 이덕무의 일대기를 다룬 『책만 보는 바보』를 선택했다. 구미는 산업도시의 특성상 외지인이 80%에 이른다. 시민의 평균 연령은 33.8세. 젊은 도시다. 남 시장은 “한 책 운동은 시민을 묶어주는 힘”이라며 “문화를 통해 인간의 심성이 풍요해지면 결국 기업의 생산성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구미=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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