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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새 국가 탄생 … 2000㎞ DMZ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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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부 수단이 9일 독립을 선언하고 남수단공화국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된다. 22년간의 내전 끝에 분리 독립하는 남수단은 유엔에 가입하게 되면 193번째 회원국이 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나라(250만㎢)인 수단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인구는 830만 명에 이르는 신생 독립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AFP통신은 “자유의 날을 맞은 남수단이 환희에 들떠 있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30개국 정상 등은 이날 열리는 남수단 독립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수단은 1955년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통치에서 독립한 직후부터 내분에 휩싸였다. 기독교와 전통종교를 믿고 아프리카계 인종인 남부 주민들이 아랍계 무슬림(이슬람 교도)이 다수인 북부 정부군에 맞서 반정부 분리 운동에 나서면서다. 하지만 종교·부족 갈등과 석유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이 더해지면서 83년부터는 전면전으로 격화했다. 그 뒤 22년간의 내전으로 2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 개입으로 2005년 1월 남북 수단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남부에는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6년 만인 지난 1월 국민투표에서 남수단 투표자의 98.8%가 분리 독립에 찬성하면서 9일 분리 독립을 선언하게 됐다.

 하지만 독립을 이틀 앞둔 7일 남수단 지역은 기대감과 함께 긴장이 감돌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현지 보도에서 전했다. 국경에 비무장지대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접경 지역에선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에만 1800명이 숨졌다.

 아직까지 2000㎞가 넘는 국경선을 확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유전이 몰린 아비에이 지역을 어디에 귀속시키느냐를 두고 남북 수단이 대립 중이다.

지난달엔 수단군이 이 지역을 무력으로 장악하는 과정에서 주민 수백 명이 숨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재로 아비에이 지역에서 수단군이 철수하고 에티오피아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무력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석유 판매 수익을 둘러싼 남북 간 협상이 결렬된 것도 큰 갈등거리다. 남수단 분리 전 수단은 아프리카 석유 매장량 5위 국가였다. 남수단은 이 가운데 7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 수출을 위한 파이프 라인, 항구, 정유 시설은 수단에 몰려 있다.

양측은 유전 개발을 놓고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수단은 “남수단에서 생산된 석유 판매 수익의 50%를 주지 않으면 수출길을 막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남수단은 “석유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FT는 “협상 결렬로 양측이 전쟁 직전의 긴장 상태”라며 “가뜩이나 피폐한 수단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경제 상황도 새로 출범하는 남수단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AP통신은 “남수단 전체 인구의 90%가 하루 50센트(500원) 이하의 돈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라며 “이들의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남수단 정부의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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