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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앴더니 잘 팔리네 … ” 등받이 없는 의자, 팬 없는 선풍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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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외과 의사용을 본뜬 등받이 없는 의자 ‘아이폴7’.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 난류 없는 안정된 바람을 뿜어내고 위험한 부분이 없어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 인기다.

등받이 없는 의자, 날개 없는 선풍기….

 제품에 꼭 있어야 할 필수 요소를 과감히 없앤 ‘역발상’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단순함의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제품 중에서 이런 트렌드가 눈에 띈다. 이돈태(43)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시장에 먼저 진출한 대기업의 벽을 넘으려면 소비자의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다”며 “대기업보다 쉽게 실험적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린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들체어의 대표 상품은 등받이 없는 의자 ‘아이폴7’이다. 이 제품은 등받이 대신 가슴받이를 달아 상체를 기댈 수 있게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일할 때 막상 등받이와 팔걸이에 잘 기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비행기용 의자 디자인 업체로 유명한 영국 탠저린사가 디자인을 감수했다. 강재신(45) 우리들생명과학 대표는 “3~4시간 동안 앉은 채로 수술해야 하는 외과의사용 의자를 본떴다”며 “허리가 편안한 자세로 앉을 수 있어 척추질환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의자를 출시하자마자 미국 프린스턴대 도서관·연구실 등에 납품했다. 같은 해 8월엔 일본 기업 다이젠과 1만 대 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 강 대표는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성으로 국내 소비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 4월엔 홈쇼핑 채널에서 1시간 만에 3000대를 판매했다”고 말했다.

 가전업체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를 선보였다. 날개 없는 원형의 링 사이로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다. 본체 모터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링 모양 가운데로 모아 시원한 바람을 뿜는 원리다. 다이슨 관계자는 “날개 달린 선풍기 특유의 난류를 없애 한곳으로 안정된 바람을 뿜어낸다”며 “헝겊으로 쉽게 닦을 수 있고 다칠 염려가 없어 어린이를 둔 가족에게 인기”라고 설명했다.

 손잡이 없는 프라이팬도 있다. 주방용품 브랜드 테팔이 2002년 출시한 ‘매직핸드(Magic Hand)’다. 이 프라이팬은 자석을 활용해 손잡이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다. 테팔 관계자는 “긴 손잡이 때문에 수납하는 데 불편을 겪는 주부를 배려한 프라이팬”이라며 “손잡이를 떼면 오븐이나 냉장고에도 넣을 수 있고 쉽게 닦을 수 있어 주부의 호응이 높다”고 소개했다. 대기업 제품 중엔 삼성전자 ‘3D 스마트 TV D8000’을 들 수 있다. 올 2월 출시한 이 제품은 베젤(TV 화면 둘레 테두리)을 5mm로 거의 없앴다.

 이돈태 교수는 “눈길을 끌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에만 치중한다면 얼마 못 가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며 “기능에 충실한 다음 독특한 요소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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