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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구경 처음이라는 동네 꼬마들 … 돈키호테 보며 웃고 박수치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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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발레 ‘돈키호테’에서 주연 키트리와 바질역은 박슬기(왼쪽)씨와 윤전일씨가 각각 맡았다. [사진작가 이영진]


4일 오후 충남 당진군 문예의전당. 300여 석 소극장엔 통로까지 관객들로 빼곡했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가 공연됐다. “발레가 대체 뭐여?”라며 극장을 찾는 할아버지·할머니도 제법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도 눈에 띄웠고, “아이구, 여긴 웬일이여”라며 반갑게 인사 나누는 아주머니들도 몇몇 보였다.

 관객끼리 너무 친숙하기 때문일까. 공연장은 다소 번잡했다. 아기들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휴대전화 벨소리도 울렸다. 공연 도중 자리를 옮기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전막 발레가 아닌 해설자가 극을 이끌어 이해도를 높이고 주요 장면을 핵심으로 다뤄 집중도를 배가시킨 점도 주효했다. 코믹한 장면에선 “까르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난도 점프에 “와-”하는 추임새도 빠지지 않았다. 기립 박수 속에 커튼 콜은 무려 10분간이나 이어졌다.

 공연을 본 구예모(원당중 2년) 학생은 “발레는 생전 처음이다. 맨날 TV에서 아이돌 그룹만 봤는데,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언니들 너무 예쁘다. 나도 발레 배우고 싶다”라며 즐거워했다.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문화 소외지역에 발레를 소개하는 ‘찾아가는 발레 이야기’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4일 시작해 9일 끝나는 엿새간의 강행군이다. 국립발레단 단원을 30명씩 두 팀으로 나눠 ‘돈키호테’와 ‘지젤’을 공연한다. ‘돈키호테’팀은 4일 당진을 시작으로 5일 논산, 6일 아산, 8일 충북 보은, 9일 경북 문경을 찾아가고, ‘지젤’팀은 5일 경북 군위를 필두로 6일 경남 함안, 7일 경기 여주, 9일 전북 전주를 방문한다.

 짧은 일정에 여러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단기 속성’이 가능했던 건 대한지적공사(사장 김영호)의 협조 덕분이다. 200여 지사를 가진 대한지적공사가 공연장을 섭외하고, 지역 주민에게 알리는 등 마케팅·기획을 맡자 국립발레단은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발레를 처음 접해 본 관객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무용수들에게도 소중한 체험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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