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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유전자 특허경쟁 치열해질 듯

중앙일보

입력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담은 게놈프로젝트가 두달후 완성되면 세계 각국의 유전자특허전쟁이 한층 불을 뿜게 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과 정부 연구소들은 질병치료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확보해 다투어 특허신청을 해 온 상태다.

인간 게놈 전체를 한꺼번에 모두 해독하는 것보다 의약품개발에 도움이 될만한 유전자를 선별해 해독하고 그 결과에 대해 즉각 특허권을 신청하는 전략을 취해온것. 이처럼 특허권을 선점하면 전 세계의 제약회사, 사설연구소등을 상대로 로열티를 받고 이 유전자정보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10월 일본 헬릭스연구소와 미국 셀레라 게노믹사는 각각 인간 유전자 6천여개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미국 벤처회사 인사이트사는 지난해말 확보한 356건의 유전자 특허를 비롯 하나의 단백질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유전자의 일부 조각까지 모두 포함 120만개의 특허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의약품 개발과 직결될수 있는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이 확보되는대로 제약회사를 상대로 팔 계획으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해 온 게놈프로젝트가 2개월 내에 완성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민간 회사들의 추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게놈프로젝트는 2005년에 완성될 예정이었으나 2003년에서, 다시 2000년으로 완성시기를 앞당겼다.

비단 인간 유전자뿐 아니라 미생물, 식물, 동물도 특허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가운데 유럽 특허청은 지난해 말 유전자 변형식물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했다. 새로운 인자를 식물의 유전형질속에 집어넣어 그 식물이 새 특질을 갖게 하는 것은 발명의 요소가 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런가 하면 이달 초 한국에서는 영국 로슬린 연구소가 복제양 `돌리'의 복제기술을 관한 특허를 신청했다. 로슬린의 체세포복제기술은 이미 100여개국에 특허가 출원돼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황우석교수팀이 같은 복제술을 이용, 지난해 우유 생산능력이 뛰어난 젖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다.황교수는 '영국서 특허받은 것을 100% 국내에서 특허내지는 않겠지만 핵심내용인 혈청기아배양을 피해갈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세계 100여개 국가에 출원 중인 이 특허가 등록되면 로열티 수입만 10억달러(1조2천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런 유전자특허 선점경쟁에서 한참 뒤처져있다. 우리가 앞으로 유전자를 이용해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만들려고 할 때 외국에 막대한 로열티를 물어야 할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안두현, 정교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팀은 최근 발간한 `생명공학산업의기술혁신 패턴 및 전개 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77-98년까지 연도별(총 4259건, 기준은 국제 특허분류상 C12N군)로 유전자를 이용한 의약품개발과 관련한 특허출원건수(분류상10건 미만은 제외)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외국에 앞서 신물질을 개발, 특허를 출원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최근 생명과학분야의 연구개발을 위해 올해 총 2천14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 선진국의 높은 유전자특허장벽을 넘는 것은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없지않다.

이에 대해 유향숙 21세기 프런티어 인간유전체연구 사업단장은 "선진국과 같은 내용의 연구를 수행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위암, 간암등의 질병 관련유전자를 찾는데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생명공학연구소의 이대실 박사는 "미국, 일본은 게놈연구에 우리보다 1천배 많은 연간 1조원을 투입해왔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 봐서 산업적으로 중요한 것은 미생물 유전자이므로 인간유전자분석에 비해 비용이 훨씬 덜 드는 산업미생물, 병원균, 환경미생물의 유전자를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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