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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거품 많고 도박 같아 … 금융규제 더 엄격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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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호 24면

찰리 멍거(87)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찰리와 함께하는 아침’이란 이름으로 세 시간 동안 수백 명의 투자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버핏과 46년간 동고동락한 친구이자 동업자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이날 대화에서 멍거는 월가의 금융인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투자은행업은 도박 게임과 다를 게 없다. 과대망상증 환자와 정신이상자들이 거품을 만들었다”며 “금융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금융거래에 대해선 “생쥐들을 곳간에 풀어놓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주요 기업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코카콜라는 20년 전만큼 유망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회사의 하나”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는 멍거는 “코스트코는 매우 존경할 만한 회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부터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자동차업체인 비야디(BYD)에 대해선 “실패에서 배우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인다”고 높이 평가했다. BYD는 2008년 버크셔해서웨이가 2억3200만 달러를 투자한 회사로 친환경 전기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이후 BYD의 주가는 한때 9배나 올랐지만 최근 실적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멍거는 “임직원들이 엔지니어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며 “그 혜택은 전 세계가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의 후계자 선정 문제에 대해선 “괜찮은 투자 매니저를 고르기가 정말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언제쯤 배당을 실시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살아서 그날을 볼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 수익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자신과 버핏이 일반 주주들보다 더 전문적이고 투자 결정도 잘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멍거는 “‘언젠가 배당을 실시한다면 곧 실패를 인정한다는 뜻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11만7050달러)가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가격에서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 편하게 앉아 있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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