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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 배우고 역사탐방 떠나고 … 그 곳에 가면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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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부성동주민센터가 주민들을 위한 친숙한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의 여가 활동을 돕고 있지만 어느 곳이나 똑같은 내용에 식상한 주민이 많았다. 반면 부성동은 천편일률적 프로그램이 아닌 동네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시 두정동 세광3차 아파트 경로당 노인들이 오순옥 한국무용 강사와 함께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조영회 기자]

신명 나는 흥가락·입춤·부채춤

요즘 천안 부성동 지역 어르신들이 한국무용의 흥겨움에 흠뻑 빠졌다. 부성동 주민센터(동장 임홍순)가 특색사업으로 지역 경로당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국무용 프로그램 때문이다. 29일 오후 2시 천안시 두정동 세광3차 아파트 경로당에 어르신이 모여들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집을 나온 노인들이 33㎡ 남짓 공간을 가득 메웠다. 손자와 손녀를 등에 업고 나온 노인들도 눈에 띠었다.

 잠시 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여인들의 환한 미소를 본 노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오순옥(54) 강사가 공연에 앞서 어르신에게 인사를 올렸다.

 “어르신들~ 공연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기 위해서는 마음도 즐거워야 합니다. 이 시간뿐만 아니라 늘 생활하시면서 꼭 알아두셔야 할 네 가지가 있습니다. 궁금하시죠 말씀 드릴까요” 오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르신들이 재촉했다.

 “첫째는 ‘당당하게 살자’입니다. 나이 들면 소외감도 느끼고 자신감도 떨어지는데 그럴수록 당당하게 사셔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신나게 살자’, 세 번째는 ‘멋있게 살자’, 네 번째는 ‘져주며 살자’입니다. 당당하고, 신나게, 멋있게, 그리고 한 발짝 물러서 양보하는 삶을 살 때 인생은 행복해 집니다”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오 강사의 설명에 어르신들이 생각에 잠겼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오 강사가 “첫째부터 넷째까지 첫 글자를 따면 ‘당신멋져’가 된다”며 어르신과 함께 외치자 금새 표정들이 밝아졌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강사들은 흥가락(태평소 가락에 수건을 들고 추는 춤), 입춤(서서 추는 춤), 부채춤(액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 오는 춤)을 추며 섬세하고 부드러운 몸동작으로 여성 특유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평소 볼 수 없었던 진도북춤(굿거리와 자진모리 장단에 정겹게 추는 춤)도 선보였다. 양손에 북채를 들고 흥겹게 춤 추는 모습에 매료된 어르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어우러져 한바탕 춤 잔치를 벌였다.

 흥겨운 장단에 맞춰 운동할 수 있는 ‘덩더쿵 체조’도 큰 호응을 얻었다. 강사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이를 지켜보는 어르신들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박채란(87·여) 노인회장은 “가끔 여행 다니는 것 말고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노인들이 아름다운 한국무용을 보며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찾게 된 하루였다”며 “특히 춤을 직접 따라 하며 배우니 흥도 나고 건강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유적지 답사

부성동은 특색사업으로 어르신을 위한 한국무용 외에도 다양한 주민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미있는 천안 이야기를 통해 천안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천안 역사탐방교실’은 천안 시민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역사탐방교실은 천안박물관, 이동녕 선생 기념관, 유관순 열사 사적지, 아우내 장터, 성환 봉선홍경사 비갈(국보 제7호) 등을 문화해설사와 함께 둘러 보는 활동이다. 5월부터 매달 1차례 운영하고 있는 역사탐방교실에는 노인과 여성 주민들이 참여해 애향심과 자긍심을 키웠다.

 그동안 자녀의 체험학습을 위해 타 지역으로 떠났던 주부들은 천안의 역사유적지를 돌아보며 자녀와 함께 동네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체험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달에는 학생을 대상으로, 다음 달에는 장년층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휴일이나 방과후에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청소, 안마, 대화하기 등 즐거움을 드리는 ‘노인 행복한 날’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학생 3명이 디스크로 거동이 힘든 권영분(79)씨 가정을 찾아 청소와 안마를 하며 하루 동안 손주가 됐다. 자녀들이 효를 실천하며 자원봉사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행복한 웃음을 주기 위한 ‘부성동 주민행복 아카데미’도 있다. 5월 ‘건강과 성공을 부르는 웃음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은 경로당 공연과 역사교실에 이어 큰 인기를 얻었다.

 임홍순 동장은 “주민센터가 단순히 행정업무만 처리하는 기관이 아닌 청소년들이 경로효친을 실천하고 지역을 사랑하고 어르신들의 정신적 고독감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늘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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