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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초 ‘다문화 행정공무원’ 4명 첫 출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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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외국 출신 주민은 36만여 명이다. 서울 인구의 3.6%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1만6000명(산하기관 포함) 중 외국 출신 공무원은 번역 일 등을 하는 계약직 6명이 전부다. 이런 서울시가 최근 외국 출신 계약직 행정공무원 4명을 뽑았다. 1일부터 근무를 하는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34)씨와 베트남 출신의 팜튀퀸화(31)씨, 중국 출신의 김홍(33)씨, 몽골 출신의 촐롱체첵(37)씨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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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글로벌센터 세미나실에 모인 네 사람은 “생활밀착형 외국인 정책을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인 제안도 내놨다. “주민센터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부터 바꿔야 해요. 전부 초급이에요. 제가 아는 어떤 이주여성은 중급·고급반이 없어서 3년 동안 초급만 배웠다고 하더라고요”(이자스민) “외국인 취업 지원 공고도 문제예요. 프로그램은 훌륭한데 공고를 한국어로 올려서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못 보거든요.”(촐롱체첵) 모두 외국 출신으로 서울에서 살면서 느낀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자스민씨는 필리핀 사립 의대 출신으로 1995년 항해사인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왔다. 방송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남편을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번에 공직에 도전했다. 촐롱체첵씨는 몽골 명문 세룰렉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96년 거래처였던 한국 회사로 이직하면서 2003년 한국 남자와 결혼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몽골 여성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주한몽골이주여성회’를 만들었다. 팜튀퀸화씨는 서울대 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펜팔로 만난 한국인 남편과 1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 덕이라고 했다. 그는 "한글은 한국인의 혼이 담긴 멋진 문자”라며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서울이 정말 멋진 도시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홍씨는 한국 드라마에 빠져 2002년 어학연수를 왔다가 정착했다. 김(金)이라는 성(姓) 때문에 조선족으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한족 출신이다. 최근엔 귀화 신청을 했다. 김씨는 “2002년 한국에 온 이후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다른 외국 출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서울시도 기대가 크다. 서울시 김인숙 글로벌계획팀장은 “벌써부터 열의들이 대단하다”며 “앞으로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네 사람은 앞으로 다문화 정책 개발을 지원하고 외국인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업무 등을 맡는다. 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글로벌센터, 서울글로벌빌리지센터, 근로자센터 등 17개 외국인 지원시설 모니터링과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 외국인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역할도 한다.

글=최모란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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