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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합의 안 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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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법사위가 수정 의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검찰은 일단 집단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7월 4일로 예상되는 김준규 검찰총장 거취 표명 등을 계기로 언제든 집단 반발이 재연될 분위기다.

 이날 세계검찰총장회의에 참석한 김 총장은 국회 의결 후 한찬식 대검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합의와 약속이 안 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 간의 합의가 안 지켜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합의가 이행될 수 있을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과 일선 검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현재는 국가를 대표해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다음 주 월요일(4일)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사퇴 의사와 함께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의 시비를 분명하게 가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법무부도 형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놨다. 법무부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당초 합의정신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렵게 이뤄낸 합의안이 법사위에서 수정의결된 뒤 본회의에서 통과된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이날 잇단 사의 표명이 집단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오전 10시쯤 전날 사의를 표명한 대검의 검사장급 검사들을 만났다. 이 장관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검찰 구성원의 유감과 우려를 십분 이해하지만 간부들의 사의 표명은 국민들과 검찰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사장들은 “합의가 존중되지 않고 무시당한 현실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박용석 대검 차장은 과장급 이상 부장검사들이 참석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동요하지 말고 직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게 됐다”며 정치권을 비난했다. 대전지검 공주지청에서는 평검사로는 처음으로 검사 두 명이 사의를 밝혔다. 이 중 최모 검사는 검찰 내부 전산망에 “풍전등화의 위기입니다. 죽기를 각오할 용기 없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경찰 “검찰과 원만하게 협의할 것”=경찰은 이날 “검찰을 존중하며 수사권 조정 문제를 협의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경찰청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은 입법 취지와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여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검찰과 상호 존중하며 바람직한 수사 구조를 만들고자 원만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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