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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영호의 숨은 얼굴, 흑 9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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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1국> ○·구리 9단 ●·허영호 8단

제10보(99~106)=흑▲는 과수. 백△의 급소를 얻어맞아 흑은 순식간에 곤란해졌다. 후회해도 때는 늦었다. 여기서나마 최선의 수습책이 필요하다. ‘참고도 1’ 흑1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 그러나 모양이 너무 옹색하고 흑 대마 전체가 미생이어서(한 수로 살지 못한다) 차마 두지 못한다. ‘참고도 2’ 흑1은 안전책이긴 하나 4로 한 점이 잡히면 무얼 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고심하던 허영호 8단이 돌연 99에 붙여 갔다. 이 한 수에 여러 개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계하던 해설자들이 깜짝 놀라고 만다. 얌전한 승부사로 알려진 허영호, 그에게 이런 과격하고 파격적인 일면이 있었던가. “선악을 떠나 놀랍습니다” “구리와 흑백이 바뀐 것 같습니다”는 멘트가 이어진다. 박영훈 9단은 그러나 이 수를 패착 2호로 지목했다. 차라리 ‘참고도 1’처럼 버티는 게 낫다는 것.

 구리 9단은 100, 102로 고분고분 받고 있다. 105엔 106. 문제는 흑이 얻는 게 없다는 점이다. 단지 대마가 살자는 건 아닐 테고 99, 101, 103 등은 어디다 쓰려는 것일까. 허영호는 A의 노림을 보고 있다. 그 노림이 B의 삶까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하나 그 노림은 너무 요원해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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