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공룡 수도권] 잠실벌에 불붙은 고층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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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잠실이 들썩인다. 1998년 6월 지상 36층.지하 5층짜리 제2롯데월드가 착공됐고 73~84년 건설된 용적률 93%의 5층아파트 2만1천가구는 용적률 2백70%의 고층아파트 2만4천3백42가구로 바뀐다.

잠실역 네거리 고가차도를 "보기 싫다" 고 반대하던 일부 주민들이 지은지 20년도 안된 아파트를 더 높게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차량이 늘고 공기가 나빠지는 부작용엔 아무도 신경 안쓴다.

서울시도 손을 놓기는 마찬가지. 용적률이 세배로 높아지는데도 가구수는 15.9%밖에 늘지 않는다는 숫자놀음을 내세운다.

새 아파트엔 '세(貰)든 가구' 가 한 채도 없는 것으로 계산해 주차장.도로의 수요를 줄이는 방식이다. 아파트를 짓고 난 후엔 주차장이 모자라도 "내 문제가 아니다" 는 뜻이다.

희생은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잠실은 성남·하남 등 인접도시이자, 서울 동남쪽 주민들이 서울로 들어가는 '길목' 이다. 그렇지 않아도 잠실의 도로들은 지금도 북새통이다.

서울시엔 그러나 대책이 없다.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 교통영향평가와 제2롯데월드 교통영향평가를 따로 따로 심의해 통과시켰다. 심의 결과 새로 늘어나는 도로도 없고 새로운 교통수단도 없다. 일부 심의위원은 도로망 구상도 없고 차량통행량 분포 예상도 없는 평가보고서 심의를 거부했지만 보고서는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시는 장기적으로 잠실 등 강남 일부 지역을 '교통특별관리구역' 으로 지정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도다.

장세정.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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