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줄기세포 성과, 한 과목 일등에 만족 말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4호 02면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모처럼 희소식이 터졌다. 식약청이 국내 제약업체 에프씨비파미셀㈜의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를 품목 허가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전 세계에서 처음 허가한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일본을 제쳤다.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사태’ 이후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정부가 2006년 활성화 방안까지 만들었지만 냉소 섞인 비판 때문에 민관 투자 확대에 어려움이 많았다. 2009년 다시 마련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 50억원씩 정부 지원을 재개한 게 고작이다.

그런 만큼 착각은 금물이다.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허가했다 해서 이 분야 연구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건 아니어서다. 미·일은 기초·응용기술 분야 모두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45%를 차지한 ‘강국’이다. 반면 우리는 10% 수준이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06년 이미 체세포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유도 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 이른바 ‘역분화 기술’이다. 일본 정부는 야마나카 교수 주도의 역분화 연구에만 연 600억원 넘는 연구비를 쏟아붓는다. 국내 연구자들로부터 “이번 성과가 축하할 일이나 영어 문법시험 하나 1등 했다고 전교 1등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개발된 치료제의 한계도 적지 않다. 병들거나 죽은 세포를 줄기세포로 대체하는 직접효과가 아니라 성체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의 간접효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업체가 복부 지방 줄기세포를 ‘만능 치료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등 물의를 빚는 일도 빈발한다. 식약청도 “임상시험 결과 심박 기능이 5%쯤 향상되는 정도”라고 발표했다. 장기 투약 시 생길 부작용도 확인해야 한다.

줄기세포 연구는 갈 길이 더 멀다. 죽거나 병든 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 특정 부위의 병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역분화 기술 활용 치료제 등 도전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국내 연구진들은 요즘 미·일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망막질환 환자의 시력을 살리는 임상시험 승인이나 역분화 유도 만능줄기세포 은행을 설립한 것도 그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 환자의 희망일 뿐 아니라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생명공학(BT)의 유망 분야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BCC리서치는 줄기세포 치료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0년께 1조 달러(약 1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맞먹는다. 더 이상 과학을 정치 이슈로 만들지 말자. 열린 마음과 도전정신으로 다시 뛸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